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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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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mimi2001] 쪽지 캡슐

2002-10-23 ㅣ No.3520

          

        

      그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장  태  숙

 

꼬박

밤 지샌 날,

나의 새벽은

혼란 속 어둠의 끝

내 안에서 밖으로 걸어나오는 일이다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보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한

헝클어진 세상의 뒤편

가린 휘장 속 편안은

열려오는 하늘의 서늘한 눈매에

불현듯 무너지고

 

 

 

하루,

어둠의 옷 사르르 벗고

알몸으로 불쑥, 물 속에서 떠오르듯

천진한 얼굴로 다가서면

얼마쯤 뭉개고 싶은

깊은 터널 같은 생

나를 바라보는 일이 이상스레 힘이 든다

 

 가늠하기조차 슬픈 무게로 흔들리는

새벽 유칼립투스 나무

그 밑을 흐느낌 없이 걸어 보는 일,

발끝마다 간절히 힘주어 보는 것은

                                  

 

측은한 한세상

 

그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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