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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국 [skpaul] 쪽지 캡슐

2003-01-18 ㅣ No.223

 

몇 년전의 일일까요?

 

기억이 나질 않네요.. 글쎄......

 

IMF가 다가온..가을.....

 

어느날..........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무슨일 때문에 나가야 되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도 늘 그렇듯이 친구를 만나러 갔었겠죠..

 

택시를 잡아 탔습니다..

 

윈도우 너머로 팔짱을 끼고 걷는 연인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아이들..

 

재잘대고 웃으며 지나가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뒤뚱뒤뚱 걷는 작은아이..

 

그런 것들이 윈도우란 작은 스크린을 통해

 

지나쳐 갔습니다.

 

짧은 영화의 조각들처럼..

 

모든 것들이 행복해 보입니다...

 

 

끼익~!

 

 

기사 아저씨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그러고는 차를 인도 쪽으로 대더군요..

 

그러더니 경찰 한명이 택시로 다가왔습니다.

 

 

경찰 : "면허증 좀 보여주시죠..."

 

기사 아저씨가 무얼 잘못한 모양입니다.

 

전 교통법규도 모르고

 

자동차 신호도 볼 줄 모르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아저씨가 잘못한 줄 모릅니다.

 

아마 그때 알고 있었더라도..

 

지금쯤은 기억의 저편에서

 

망각이란 식충이가 잡아먹고 있겠죠.. 뭐...

 

아저씨가 차에서 내리더니 경찰에게 조릅니다.

 

 

아저씨 : "한번만 봐주게.IMF라 벌이도 쉬언찮아..."

 

 

경찰 : "안됩니다..면허증 보여주십쇼..."

 

 

아저씨는 봐달라는 말을

 

경찰 아저씨 팔을 잡으며 이야기 하더군요..

 

완고한 경찰 아저씨는

 

안된다는 말만을 되풀이 하고...

 

기사 아저씨가 경찰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저씨 : "한번만 봐주게.... 정말..

 

          벌이가 쉬언찮아......봐주게.."

 

 

놀란 경찰 아저씨도 무릎을 꿇고

 

기사 아저씨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경찰 : "아저씨.. 이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일어나세요....."

 

 

아저씨 : "한번만 봐 주게.. 다신 안 그럼세.....

 

          미안허이..."

 

 

경찰 : "그렇다고 그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저도 당신같은 아버지가 있습니다.

 

        아들뻘 되는 사람에게....

 

        이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죄송합니다..

 

        그냥 가세요................."

 

 

아저씨 : "고맙네.. 고마워........"

 

 

택시는 출발했습니다.

 

윈도우 넘어로 보이는 세상이 끔찍했습니다.

 

팔짱을끼고 걷는 연인들의 아버지도

 

어디선가 가족들을 위해 무릎을 꿇을것이고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의 아버지도

 

어디선가 가족들을 위해 무릎을 꿇을것이고

 

웃으며 재잘대는 아이들의 아버지도

 

어디선가 가족들을 위해 무릎 꿇을것이고

 

엄마의 손을 잡고 뛰뚱 뒤뚱 걷는 아이의 아버지도

 

어디선가

 

그 아이와 그의 아내를 위해 무릎을 꿇겠죠....

 

고개 숙인 우리의 아버지는.......

 

어디선가 오늘도 무릎을 꿇겠죠...

 

우리를 위해............

 

무릎꿇는 아버지의 모습을 제 눈으로는..

 

절대..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한번 아버지란 글자를 써 봅니다.

 

     아  .  버 .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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