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맛 없는 커피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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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angeljino] 쪽지 캡슐

2000-09-08 ㅣ No.462

요즘 제 자리를 떠나서 한강이 보이는 아주 좋은 자리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역시 다른 이들보다 빨리 이 자리에 앉아서 한강을 보면서 컴퓨터를 키고 앉았습니다.

그런데 앞에 계신 남자 대리님이 아주 친절한(?) 눈빛으로 커피 한잔을 타서 주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들고 보니.. 오!!! 이것은 거의 한강 수준입니다.....

종이 컵 한가득 담긴 커피물을 보면서 과연 이것을 어떻게 다 마시지....

한 모금 입에 대니 이것은 커피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설탕물도, 아니 일반 물도 아닌

아주 불쌍한 커피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앞에 계신 대리님이 한 마디 하십니다..

"진호씨 이제 거의 우리 팀원 같애.... 다음 주에도 여기서 작업하지...."

그 순간 이 커피를 다 마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 대한 배려인데.... 물론 나에게는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에대한 배려인데........ 꾹 참고 시원한 음료수 마시듯 그 많은 커피를 다 마셨습니다.

살아가면서 서로가 서로에 대한 배려에 대해 이래저래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사람에게 상처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배려하지 않는 대화와 행동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만약 그 순간 커피 맛 없다고 안 먹으면 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아니겠지요...

살다보면 싫은 일도 해야 하고, 싫은 음식도 먹어야 하고, 싫은 술도 먹어야 합니다.

그것은 어찌보면 나에 대한 배려에 대한 작은 보답이 되겠지요......

아침부터 맛 없는 커피를 마시면서 이래 저래 생각을 합니다...

내가 먼저 남을 배려한다면.....

말을 할때도, 무슨 일을 할때에도,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나쁘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작은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렇게 쉽게 남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겠지요....

오늘도 또 하나를 배웠습니다...

전에는 말없이 흘러가는 한강을 보면서 배우더니만.....

오늘은 종이컵 가득 있는 맛없는 커피에서 또 하나를 배웁니다...

참 세상에는 배울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즐거운 연휴입니다...

기나긴 연휴지만..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언제나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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