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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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순 [eq99] 쪽지 캡슐

2000-12-21 ㅣ No.1955

판공성사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고백 후의 내 모습은 고백소에 들어가기 전 보다 더 못합니다. 머리에선 성사를 보았다고 하는데 가슴에선 더 정직하게 보았어야 한다고 아우성입니다. 불편해 죽겠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가슴에선 정리가 안되었는데 아니 아직 정리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머리에선 정리되었다고 성사 본 것이 합당한 가를.

 

고의적이 아닌데 언제나 감성이 이성을 이긴다는 것이 전 정말 못마땅합니다. 무엇이 내 안에서 그렇게 모질게 끌어당기고 있는 것일까요? 매일 버리고 싶고 헤어나고 싶다고 내 안에서 울부짖는데 그 무엇은 정말 잔인하게도 나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부처를 만나기 위해 밖에서 찾아 헤매고 다니는 어떤 아들처럼 제 모습도,   그 살아있는 부처가 하얗게 밤을 밝히며 그 아들을 기다린 어머니임을 모르고 다니는 그 아들의 모습과 같은 것은  아닐까요?

 

자연은 만물을 낳았으면서도 어느 것 하나 자기 소유로 삼지 않지요. 그리고 자연은 남과 비교하려하지 않고 남를 흉내내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이런 자연을 조금이나마 닮으려 노력한다면 무엇이 문제가 될까요?

 

며칠 후면 아기 예수님이 제게 오십니다. 매년 오시는 분이지만 올 성탄은 특별했으면 좋겠습니다.  산다는 것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축복이고 선물입니다.  부질없는 생각과 욕심들로 이제는 제 삶을 갉아 먹히고 싶지 않습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 불교 초기 경전)

 

전 이 글을 참 좋아합니다.

              조 자네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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