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3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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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0-11-11 ㅣ No.443

                  연중 제32주일(나해. 2000. 11. 12)

                                                 제1독서 : 1열왕 17, 10 ∼ 16

                                                 제2독서 : 히브 9, 24 ∼ 28

                                                 복   음 : 마르 12, 38 ∼ 44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추워진 날

씨와 구조조정이라는 사회적인 불안 등 모든 것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더

춥고 움츠리게 하였던 한 주간이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어느 교회에서 선교사를 보내기 위한 헌금을 하는 중이었

습니다.  서양에서는 헌금 접시를 돌릴 때 만약 큰돈을 가졌는데 적게 내고

싶으면 헌금 접시에 큰돈을 놓고 잔돈을 거슬러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합니다.  자기 형편대로 또 하고 싶은 만큼 하는 것은 흉이 되는 것이 아니

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튼 그 헌금 접시가 어느 눈먼 사람 앞에 멈추었습

니다.  그 사람은 1프랑도 헌금할 수 없는 형편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27프랑을 접시에 세어서 놓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옆 사람이 '당신이

어떻게 그 많은 돈을?'하고 묻자 눈먼 사람은 웃으며 '저는 눈이 안 보이지

요.  그런데 제 친구에게 물어보니 저녁 때 불을 켜는 비용이 일년에 27프

랑이 든다고 하더군요.  나는 불을 켤 필요가 없으니 일 년이면 이만큼의 돈

을 저축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모은 거죠.  그래서 예수님을 몰라 어두운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참 빛이 비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라도 답을 하였습

니다."(네티앙에서)

 

  오늘 제1독서인 열왕기 상권은 왕실과 백성의 일부가 하느님을 거스른

죄에 대한 하느님의 벌로팔레스티나를 휩쓴 가뭄과 기근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뭄과 기근 속에서 벌어진 하느님의 기적이야기입니다.  과부와

고아는 그 시대나 지금이나 생활 대책이 없는 사람이기에 사람들의 도움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렙다의 과부는 마지막 빵을 반죽할 밀가루 밖에

안 남았지만, 음식을 만들어 먼저 엘리야 예언자에게 한 조각을 갖다 바쳤습

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먹을 것이 떨어져 가는 과부의 집 뒤주에 밀가

루가 떨어지지 않게 해 주시고 병의 기름이 동나지 않도록 하는 기적을 베

풀어졌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과부의 헌금을 보시고 어느 누구보다

도 더 많은 돈을 헌금했다고 말씀하십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넉넉한 데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구차하면서도 있는 것을 다 털어 넣었으니 생활

비를 모두 바친 셈"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예수님 시대 사용된 화폐를

보면 가난한 과부가 헌금한 렙톤 두 개는 석류 하나를 사 먹을 수 있는 금

액이었습니다.  렙톤 한 개는 프루타의 절반의 가치였습니다.  그런데 프루

타 한 개는 석류 하나를 살 수 있는 돈이었고 작은 빵 덩어리 하나는 32프

루타이고 192프루타가 1데나리온 이며, 예루살렘에서 성전 제물로 사용하

기 위한 두 마리의 비둘기는 1데나리온에 팔렸습니다.  그러니 가난한 과부

가 헌금한 두 렙톤이 얼마나 작은 돈이겠습니까?  그런데 오늘 복음을 들으

면서 혹시 헌금 많이 하라는 뜻으로 오해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

에서 예수님께서 칭찬하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자신이 가진 것으로 보장받

으려고 하지 않고, 자기의 손안에 있는 것을 선뜻 내어놓는 그 마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표양에 관심을 쏟는 율법학자를 조심하라고

이르십니다.  겉으로만 하느님을 사랑하는 척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가진 마

음 모두로 하느님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마음으

로 하느님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구원을 가져다주실 것이라고 오늘 히브리

서의 저자는 결론짓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이 되면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생계를 위한 노

력도 하지 않고, 기도나 하고 사는 것이란 말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바오로 사도는 "제 할 일을 하는 것 그리고 제 손으로 일하는 것

을 자랑으로 여기시오"(1데살 4,10-11) "누구든지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2데살 3,10)고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인은 인간으로 자기가 할 일

은 당연히 하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이 할 일을 대신해 주는 분이 아

닙니다.  그리스도인은 인간으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포기하는 사람이 아

닙니다.  더 나은 세상과 더 나은 나의 생활 여건을 위한 노력하는 이들입니

다.

 

  이제 우리 중심적인 삶, 남에게 보이기 위한 생활이 아닌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잊지 말고 실천하며 지내야 하겠습니다.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되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삶이 되도록 노력하는 시

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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