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대림제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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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0-12-09 ㅣ No.469

                      대림 제2주일(다해. 2000. 12. 10)

                                                 제1독서 : 바룩 5, 1 ∼ 9

                                                 제2독서 : 필립 1, 4∼6. 8∼11

                                                 복   음 : 루가 3, 1 ∼ 6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문득 주변을 둘러보면 삭막해지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앙상해지고 있는 나무들, 여기저기 쓰레기와 함께 바람에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나뭇잎들, 마치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불안에 이리저리 쫓겨다니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웃을 힘조차 남겨두지 않는 듯합니다.

  시인 도종환님의 '담쟁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저것은 벽 /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 그때 /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 바로 그 절망을 다 잡고 놓지 않는다 /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이스라엘 백성의 바빌론 유배 시대에 활동하던 바룩 예언자는 희망이 없는 타국 땅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유배지에서 이끄시어 영광스럽게 귀향 할 것이라는 희망을 주십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영광스러움과 그 빛나는 도성으로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심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창조의 힘으로 이루어 주실 것임을 믿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찬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 같은 희망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많은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로마 황제 티베리오, 유다 총독 본티오 빌라도, 유다와 팔레스티나 지역의 영주들인 헤로데와 필립보, 리사리아 그리고 종교 지도자인 대사제 안나스와 가야파.  이들을 루가 복음 저자는 왜 나열했을까 생각해봅니다.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희망이 없었던 그 당시 역사적 상황을 말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리고 당대의 정치 지도자와 종교 지도자와 다른 차원에서 모든 사람을 위한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나타내고자 한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오늘 복음에서 로마의 속국으로 어둡던 그 시대에 희망을 전합니다.  예수님이야말로 "모든 골짜기는 메워지고 높은 산과 작은 언덕은 눕혀져 굽은 길이 곧아지며 험한 길을 고르게"하실 분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진정한 구원을 보여주실 분이라고 소개합니다.  메시아에 대한 희망을 전하며 구세주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선포합니다.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늘 깨어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은 그에 알맞은 준비를 갖추고 기다립니다.

 

  오늘 우리는 그 어떤 것에 포로가 되어 종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황금만능주의와 이기주의에 포로가 되어 있고, 부정과 부패, 권력에 대한 욕심에 사로잡혀 있으며, 억압받는 이들과 가난한 이들의 인권을 짓밟는 일에 종살이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힘들 때 아무도 없는 듯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희망은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주며 현재의 어떤 고난과 역경을 이기게 합니다.  벽이라는 절망 속에서도 벽을 넘어가는 담쟁이처럼 우리도 구세주에 대한 희망으로 구세주를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항상 준비하면서 이겨나가야 하겠습니다.  늘 회개하며, 충실한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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