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동성당 게시판

조성모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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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credo] 쪽지 캡슐

2000-02-18 ㅣ No.1074

8일 피정을 하면서 때론 ’가시나무’ 노래를 떠올려 보았답니다.

 

사실, 피정 내내 몸살하고 배탈이 걸리는 바람에 온 몸이 쑤시고 밥도 먹지 못해서 힘도 없고...그래서 피정 끝나고 내가 아끼는(!) 몸무게 3킬로나 빠지고...

부끄러운 얘기지만 묵상하면서 무척이나 아파서 짜증내고 예수님께 투정을 부렸답니다.

 

’왜, 날 이 피정으로 부르셔서 이 고생을 시키십니까요?’

’왜, 하필이면 꼭 이런 아픔을 통해서 당신은 제게 오시려고 하시나요?!’

’전 이젠 지쳤습니다. 더 이상 이 고통 뒤에 있는 당신의 뜻을 알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도 힘이 듭니다.’

 

몇 차례의 이런 불평을 거듭하는 와중에 ’가시나무’ 노래가 가슴을 스쳐 갔습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

 

전 이 노래를 속으로 되새기면서 조금씩 부끄러움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아~ 지금 내 속엔 내가 너무나 많구나. 오로지 내 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구나. 몸살 걸리고 배탈 좀 걸렸다고 주님 쉴 곳 하나 없이 내 안에 나 자신만으로 가득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이젠 가시덤불을 키우고 있구나...’

 

묵상하면서 주님에 대한 생각 보다는 나에 대한 생각으로, 주님 쉴 곳에 대한 생각 보다는 내가 쉴 곳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다 보니까 내 안에는 어느새 가시덤불이 자라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 안에 오시려는 예수님이 가시덤불에 찔려 아파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 보다 더 아프게...

 

전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이 오히려 건방지고 사치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이젠 먼저 내 안의 가시덤불을 베어 버려야 겠다며 기도했습니다.

 

’주님, 가시덤불을 벨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럴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그리고 새들이 쉬어 갈 수 있는 푸른 소나무를 심게 하십시오. 가을엔 사람들이 와서 열매를 딸 수 있는 과일나무를 심게 하십시오...’

 

그리고 저는 피정을 마치며 마음에 푸른 산을 안고 나올 수 있었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당신은 역시 함께 하셨습니다.’ 라고 웃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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