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어느 예비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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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숙 [smallrose] 쪽지 캡슐

2000-09-04 ㅣ No.1945

지난번 예비자 한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신앙을 갖고 싶어 성당을 찾았는데 성당에서 못 볼사람을 보았다구요.

그 사람은 돈을 빌려 가지고(빚보증) 자취를 감춤으로써 자기네가 길에 쫓겨나는 처지가 되어 고향을 등지고 객지에서 고생 고생 하다가 이제 겨우 세끼 밥을 먹을 정도가 되었는데 그 사기꾼을 보는 순간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더랍니다.

성당엔 다 착한 사람만 다니는줄 알았는데 그런사기꾼이 어깨를 펴고 다닐수 있는 성당이라면 다니고 싶지도 않았고 영세를 한다해도 미움과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때문에 더 괴로울것 같아 포기했답니다.

그런데 어느날 곰곰히 생각해보니 남에게 못할짓을 한 사람은 선한 무리에 끼어 행복하게 사는데 내가 왜 이런 괴로움 속에서 살며 물질적 손해뿐만아니라 신앙 생활 마져 방해를 받아야 하나...

혼자힘으로는 마음을 풀기 어려웠고 한편으로는 더 이상 그사람 때문에 손해보는 것이 싫어서 다시 성당엘 나왔다고 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이런 모습 저런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내모습은 어떠했는지...

새 식구을 맞이할 준비는 되었는지...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은 없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면서 ’바가지’란 시를 적어 보냅니다.

"담을 줄 알기에 비울 줄 압니다.

 비울 줄 알기에 담을 줄 압니다.

 비우는 지혜 익혔으니 새 생명 담고 담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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