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피캇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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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준 [chrysostom] 쪽지 캡슐

2000-12-22 ㅣ No.1956

정현준 요한금구 부제입니다. 굉장히 오래간만에 노원성당 게시판에 글을 올립니다. 신학교에 있으면서 본당 게시판에 대한 관심은 많이 있었지만 왠지 쓰기에는 쑥스러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그리고 매일 하는 성무일도 저녁기도에 나오는 마니피캇(마리아의 노래)에 대해서 저의 생각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마니피캇에 대해 선종완 신부님의 번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 영혼이 주를 찬송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내 마음 기뻐 뛰노나니

당신 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로다

이제로부터 과연 만세가 나를 복되다 일컬으리니

능하신 분이 큰일을 내게 하셨음이요

그 이름은 "거룩하신 분"이시로다

그 인자하심은 세세 대대로

당신을 두리는 이들에게 미치시리라

당신 팔의 큰 힘을 떨쳐 보이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도다

권세 있는 자를 자리에서 내치시고

미천한 이를 끌어올리셨도다

주리는 이를 은혜로 채워 주시고

부요한 자를 빈손으로 보내셨도다

자비하심을 아니 잊으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으니

이미 아브라함과 그 후손을 위하여

영원히 우리 조상들에게 언약하신 바로다

 

이 노래는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하였을 때 엘리사벳의 칭송을 들은 후 마리아가 부른 노래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성모 마리아의 신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먼저 성모님께서는 하느님께 대한 지극한 순종과 감사를 드렸다는 것입니다. 처녀의 몸으로 임신을 하면서 겪었을 많은 고뇌와 갈등 이러한 상황에서도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대한 지극한 순종과 하느님의 일하심에 대한 감사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가장 원천적인 모범을 보이신 것입니다.

또한 이 노래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들에게 무엇이 당신의 뜻인지를 밝혀 줍니다. 2000년이 지난 현실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혼란을 겪고 있는 어디서부터 개혁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우리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해 준 것입니다. 교만한 자, 권세 있는 자, 부요한 자 이 세 부류를 돕지 않으시고 미천하고 힘 없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교만은 영적인 영양분의 결핍이요, 권세는 다른 사람에게 눌리는 것을 싫어하고 누르기 위한 것이기에 타인에 대한 배려의 결핍이요, 부는 나만 행복하면 된다는 이기주의로서 자기 비움의 결핍인 것입니다.

그러나 마리아의 모범은 이러한 결핍들로부터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그것은 하느님 앞에서 여종이라고 표현할 만큼 모든 것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먼저 성삼을 공경하고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을 존경하는 것입니다. 자신만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남을 먼저 생각하고 어떤 것이 주님의 뜻임을 늘 기억한다면 노래에서 나온 것처럼 주님의 자비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이틀 후면 크리스마스 이브라 해서 그리고 연말이라고 해서 우리의 마음은 들뜨고 분주하게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가운데서도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우리는 마리아가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면서 그 충만한 마음으로 부른 영적인 노래에서 드러났듯이 겸손과 순종 그리고 감사를 느끼면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제가 가장 아끼는 성서 구절인 바오로가 데살로니카인들에게 보낸 글에서 발췌하면서 마칠까 합니다.

 
항상 기뻐하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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