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하느님 마음(연중 16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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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2-07-20 ㅣ No.1770

 

 

2002, 7, 21 연중 제16주일

 

마태오 13,24-43(가라지의 비유, 겨자씨의 비유, 누룩의 비유)

 

하느님 나라를 꿈꾸며 살아가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하느님 나라를 사랑하며, 하느님 나라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오직 하느님 마음을 지님으로써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마음은 사랑입니다.

 

"가만두어라. 가라지를 뽑다가 밀까지 뽑으면 어떻게 하겠느냐? 추수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두어라."

 

더러운 것에 대한 미움보다 더욱 간절한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악한 것에 대한 미움보다 더욱 간절한 선한 것에 대한 사랑, 미움을 이겨내는 사랑입니다.

 

하느님 마음은 믿음입니다.

 

가라지와 섞이지 않는 밀에 대한 믿음, 언젠가 큰 나무가 되리라는 작은 씨에 대한 믿음, 보잘것없는 누룩이 밀가루 반죽을 부풀리리라는 믿음, 작은 이들이 당신 나라를 무럭무럭 키워 가리라는 믿음입니다.

 

하느님 마음은 희망입니다.

 

하느님의 믿음은 희망을 낳습니다. 가라지가 판을 쳐도 밀은 튼튼하게 자라리라는 희망, 작은 씨에서 커다란 나무가 자라리라는 희망, 결국에는 선이 악을 이기리라는 희망, 정의가 불의를, 사랑이 미움을, 화해가 분열을, 생명이 죽음을 이기리라는 희망입니다.

 

하느님 마음은 나눔입니다.

 

"어떤 여자가 누룩을 밀가루 서 말속에 집어넣었더니 온통 부풀어올랐다."

 

작은 씨가 커다란 나무를 자기 것이라 움켜쥐는 탐욕이 아니라 공중의 새들의 편안한 쉼터로 내놓는 나눔, 맛좋은 밀가루 반죽을 위해 기꺼이 그 속에 녹아 들어가는 누룩의 나눔, 당신을 성체로 내어놓는 나눔, 나를 너의 것으로 내어놓는 나눔입니다.

 

하느님 마음은 기다림입니다.

 

"겨자씨는 모든 씨앗 중에서 가장 작은 것이지만 싹이 트고 자라나면 어느 푸성귀보다도 커져서 공중에 새들이 날아와 그 가지에 깃들일 만큼 큰 나무가 된다."

 

작은 씨앗을 억지로 짓이겨 싹을 띄우지 않고, 가녀린 싹을 억지로 늘려 열매 맺기를 강요하지 않는 기다림입니다. 언젠가 훌륭히 자라 제 몫을 할 것을 믿으며 지금의 모습 사랑으로 보듬는 기다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우리에게 희망을 걸고 계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희망을 걸고 계시기에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나누어주십니다. 그리고 당신을 나누어 가진 우리에게 작은 열매를 기다리십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사랑과 믿음과 희망으로 결코 다그치거나 얽어맴 없이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리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람입니다. 하느님을 나누어 가진 작은 하느님입니다. 이제 우리를 하느님께 나누어야 합니다. 결코 조급함 없이 그러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조금씩 조금씩 그러나 언젠가 우리가 온전히 하느님께 나누어질 때까지, 우리를 하느님께 드려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하느님 마음으로 가득히 채워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 가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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