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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만 고마운 시간/이해인수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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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옥 [yimariaogi] 쪽지 캡슐

2008-10-19 ㅣ No.8157



       
       새벽 창가에서 
      
                         - 이해인수녀님
      
      하늘 그 푸른 둘레에
      조용히 집을 짓고 살자 했지
      
      
      귤빛 새벽이 
      어둠을 헹구고 
      눈을 뜨는 연못가
      
      
      순결은 
      빛이라 
      이르시던 
      당신의 목소리
      
      
      바람 속에 찬데
      저만치 손 흔들며 
      앞서 가는 세월
      
      
      나의 창문엔 때로 
      어둠이 내렸는데
      화려한 꽃밭에는 
      비도 내렸는데
      
      
      
      못가엔 늘 
      꿈을 심고 살자 했지
      백합화 촛불 들고 
      가는 새벽 길에 
      기도를 뿌리면
      
      
      
      돌을 던질 수 없는 
      침묵의 깊은 바다
      내 마음에 태양이 뜬다
      
      
      
      꽃들이 설레이며 
      웃고 있는 밭 사이
      창은 하늘을 마시고
      
      
      
      내가 작아지는 
      당신의 길 
      새벽은 동그란 연못
      
      

       
       
      
      
                          이만큼
                          어른이 되어서도
                          
                          
                          몹시 아플때
                          엄마 하고 불러보는
                          나의 기도
                          
      
                          이유없이 
                          칭얼대는 아기처럼
                          아플땐 웃음대신
                          눈물 먼저 삼키는 나약함을
                          하느님도 이해해 주시리라
                          
      
                          연꽃 가득한 
                          내 이마를
                          내가 짚어보는 
                          고즈넉한 오후
                          잘못한 것만 많이 생각나
                          마음까지 아프구나
                          
      
                          창밖의 햇살을 끌어다
                          이불로 덮으며
                          나 스스로 
                          나의 벗이 되어보는
                          외롭지만 고마운 시간
                          
      
      
                           ---이해인 수녀님---
                          
      이 해인 수녀님이 아프시면서도 글 올린거 같에서 올립니다. 하루속히 건강을 되찾도록 기도 드립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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