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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2097]조카딸 언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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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영 [mymoon] 쪽지 캡슐

2001-06-12 ㅣ No.2106

지난 금요일, 학원 강의를 마치고 돌아와 급하게 아이들 목욕 시키고 ,

대충 짐을 챙겨 저녁 늦은 시간에 피곤한 몸을 가누며 친정으로 갔다.

할머니의 제사에 항상 참석하고 싶었지만 늘 여의치가 않았는데,

이번에는 마침 토요일이라 시간을 내서 다니러 간 것이다.

 

할머니때부터 천주교신자 집안이었지만 제사때마다 갖은 제사음식 장만하고,

밤 12시가 넘어서 유교식으로 지방도 써붙이고 제사 모시는게 늘 불만이었는데,  

이번에는 공소에서 드리는 토요특전미사에 할머니의 연미사를 봉헌한다고 해서

얼마나 기뻤던지...

 

나를 더욱 감동케한건 바로 그 특전미사...

도시에서는 볼수 없는 너무나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공소 건물은 낡아서 볼품이 없지만 바쁜 농번기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나이드신 신자분들께서 먼 흙먼지길을 걸어서 미리 오셔서,

깨끗이 공소를 청소해 놓고, 환갑나이의 우리 외숙모의 오르간 반주에 맞추어

성가연습을 하고 계셨다.

성가대도, 전문반주자도 없어서 가끔 틀리는 곳도 있었지만,

어떤 성가대보다도 나에게는 더욱 흐뭇하고 자랑스러워 보였다.

 

미사시간에는 신부님의 강론과 미사예절 어느 것 하나 빼 놓을 수 없겠지만,

특히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는 정말 놀라웠다.  

신부님께서 제대에서 내려오셔서 모든 신자들(그래봤자 겨우 20명 조금 넘지만)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평화의 인사를 나누시는 게 아닌가!!!

아직 어려서 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우리 아이들의 손까지 잡아주시며...

 

그렇게 감동중에 미사는 끝이 나고...

미사후에는 친정어머니가 할머니 제사라고

신자들을 위하여 미리 준비하신 쑥떡과 시원한 수박을 나누어 먹으면서

서울에서 오신 삼촌내외를 비롯하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나눔잔치가 끝난 후에는 친정아버지께서 4~5Km정도 멀리서 오신 할머니들을

트럭의 짐칸에다 태워서 집에까지 모셔다 드리는 '섬김과 나눔의 공동체'

바로 그 모습을 이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형제 자매라는 말을 자주들 하지만

정작 성당안에서 조차 같은 레지오단원이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인사조차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도시의 성당에는 신자수가 많기는 하지만,

이러한 인간적인 친근함이나 시골 할머니들의 순수한 믿음은

우리가 본받고 배워야 할 신앙인의 모습이 아닐까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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