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엔젤사랑 뉴욕 공연기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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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0-08-20 ㅣ No.1878

 

  신부님.수녀님, 그리고 청량리 성당 신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9일 저녁 무사히  엔젤사랑의  미국 연주 여행에서 돌아왔습니다.

미국에서 게시판에 접속하려고 하였으나 한글 프로그램이 깔린 컴퓨터를 찾지 못해서 돌아와 소식을 전합니다.

 저희는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엔젤의 옛 단원인 김석주 안드레아씨 (리사 페이저 사장. 미국 뉴욕 한인 유권자 센터 회장)의 초청으로 미국 롱아일랜드의 한인 성당에서 공동체와 하나되어 성음악 미사를 드렸고 미사뒤에는 " 향수"" 몽금포타령"등의 노래로 동포들과 하나되는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희의 공연 내용은 미주판 중앙일보와 퀸즈타임즈 등에 사진과 함께 중요기사로 소개되었으며  교포들의 생활의 시름을 씻어주고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한 것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저희의 공연을 성원해주시고 기도해 주신 신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여행기를 정리합니다.  

 

  태풍과  파업으로 집 떠난지 30시간만에  도착    

 

 8월 11일 오전 7시, 오전 9시50분에 출발하는  UA 항공기를 타기위해  김포 공항 국제선 제 1청사로  단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단원의 상당수가 미국 여행이 초행길이고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 고생,대학생 자녀들까지 동반자가 7명이나 되니 23명의 대식구가 된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도꾜 나리따를 경유해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까지 가는 UA800 이다. 오전 8시. 탑승 수속을 하는데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진듯하다. 비행 스케줄이 갑자기 바뀌었다는 것이다. 도꾜 나리따를 거쳐 미국 시카고에 도착, 시카고에서 짐을 찾아 미국 입국 수속을 하고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서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 내린다는 것이다. (엉뚱하게 시카고 구경하게 생겼네).

 

 복잡한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엔젤사랑의 총무 박순봉 사베리오는 핸드폰으로 신속하게  비행 스케줄 변경을 미국에 선발대로 가 있는 조남규 바오로와 초청자 김석주 안드레아에게 전하고 핸드폰을  끈다.

 

 오후 1시. 일본 나리따 공항에서  통과 여객 대기실로 가기위해  맨 나중에  엑스레이 통과대를 지나는데 통과대 위에 그대로 놓여있는 짐 몇가지가  눈에 띈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 것 같다. 아니 우리 일행들 것 같다. 엑스레이 검색을 위해  놓아 두었다가   찾지않고 그냥 버려두고 나간 것이다.  여권이 든 손 가방과 핸드폰, 그리고  선물가방등 세가지이다.  여행중에 이런 일은  종종 벌어질 것이다.  이런 사고가 생기면  어떤 엄청난 차질이나  혼란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런 일의 예방을 위해 벌금으로 10달러를 받는다. 정직하기로 소문난  일본 공항에서 이니까 가방이  그 자리에 그냥 있지 ...  여권이 없어지면 얼마나 낭패를 겪을까를 이야기하며 다시  주의를 일깨운다.   

 

 미국 동부 뉴욕은  여름인 지금 써머타임으로  우리와  13시간의 시차가  난다.   시카고는 14시간의 시차가 나 여전히 11일 낮 12시 경(시카고 시간)이다. 미국 시카고 오헤어 국제 공항에 내렸다.  시카고에 오니 이곳에 살고있는 엔젤의 옛 단원 김수완 데레사가 떠오른다. 서울에 오면  종종 청량리 성당에도 들르고  시카고에서 청량리 게시판에도 접속해  기웃거리는  테레사. "시카고 공연은 안하느냐"고 기다리던 테레사를 생각하며 미국 입국 심사대에서 입국 심사를 받는다. 그러고보니  비자를 못 받아 동행하지 못한 단원들이 생각난다.  하루빨리 우리나라가  부강해져서  미국에 불법 체류하는 한국인이 없어지고,  한국이  노비자 국가 대열에 들어 누구나 마음대로 여행하는 자유를 누렸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시카고시간 오후1시. 각자의 짐을 찾아서 시카고의 UA 카운터에서 라과디아행으로 부치고  모노레일을 타고 국내선 터미널로 와 비행기에 오른다.  미국 입국은 무사히 마쳤으니 안심이다. 이제 한 서너 시간만 가면 뉴욕이다.  

 

오후5시경(뉴욕 시간). 비행기가  분명 착륙을 했다. 성질 급한  한국인들은 일제히 벌떡 일어서서 선반의 짐을 내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란다. 여기는 우리가 내릴 라과디아공항이 아니란거다.뉴욕에  태풍이 불어서 라과디아 공항 근처까지 갔다가 회항해 지금 펜실베이니아주의 알렌타운 비행장에 임시 기착중이란 거다. 비행기 안에서 태풍이 잠잠해질 때 까지 몇시간이고 대기해야한다. 이 비행기 안에 타고 있는 3백명 승객 중에 일어선다거나 왔다갔다 하는 사람은  한국인과 내 옆의 유태인 승객 한 명 뿐이다. 그러고 보니 유태인과 한국인은  살아온 환경과 간난의 역사가  비슷한가보다. 억압 받은 역사로 인해 우리 체내에는 인정하고 싶지않지만 참을성 없고 자기만 아는 이기적이고 조급한 유전 형질이 숨어 있나보다.  임시 기착지에서  3시간쯤을 보내고 간신히 이륙한 비행기는 밤 9시가 훨씬 넘어서 라과디아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으니  밤10시. 공항 밖을 나가니 우리를 초청한 김석주 안드레아씨와 선발대 조바오로등이 오후 4시부터 무려 6시간을 눈이 빠지게 기다려 온 것이다. 알고보니  UA항공사는 직원들이 9월5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기로 하고 그 전단계인  sick day에 들어가 집단으로 병가등을 내고 해서 비행기 스케줄이 갑자기 바뀌고  게다가 태풍까지 불어 닥쳐 우리가 여행에 곤란을 겪은 것이다.  오늘과 내일은 별다른 스케줄 없이 공연 연습만 하면 되기에 망정이지 스케줄을 빡 빡하게 잡았더라면 얼마나 낭패할 것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행 스케줄은 되도록 여유있게 잡아야 할 것이란  생각을 갖는다.

 

    김석주씨 집에 베이스캠프를

 

 일행은 김석주씨가 잡아놓은 링컨터널이 가까운 잉글우드의 래디슨 호텔로 가 뉴욕에서의 첫밤을 맞는다.  뉴욕은 지금이 한창 관광시즌이고 다음주부터는 윔블던에 이은 세계적인 테니스대회 - US 오픈 테니스대회등이 열려 호텔 방을  구하기가 힘든 때라 한다. 래디슨 호텔은 서울의 플라자호텔과 같은 고급 체인의 호텔이다. 김석주씨는 우리를 위해 하룻밤 숙박비가 150 달러인  방  8개를 예약해 놓았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 나라인 미국에 와서 IMF의 경제 제재를 받는 한국인들이  하룻밤에 150달러씩을 주고 자며  미국에 달러를 보태 줄 일이 있을까 ? 김석주 안드레아씨는 초청자의 입장에서 우리가 편히 지내도록 배려한 일이지만 이런 소모적인 호화판 여행은 영 마음이 편치 않다.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호텔에 돌아와 술잔을 나누다가 일행은 김석주씨의 집으로 들어가 함께  생활을 하며 미국을 익히기로  결정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서울에서 뒤늦게  단원 합류-총원 21명

 

 토요일 아침-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 사는 우리의 옛 단원 김경년 베드로가 도착해  합류했다. 그는 몇달 전부터 서울에서 이메일로 보내준 악보를 받아  열심히 베이스 파트  연습을 하며 이 날을 기다렸다. 80년대 말  미국에 이민 간 김경년 베드로는 우리가 오마 샤리프라고 놀렸던 순박한  청년이었다. 그 같이 고지식하다 할 정도로  순수하고 근면한 사람이  미국에서는 잘 살 수 있는것 같다.  김경년은 이민 생활 10여년만에 그 나름의 자리를 잡고 휴가를 통째로 우리와 보내기 위해 서부에서 동부로 날아 온 것이다.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나와  롱아일랜드의  김석주씨 집으로 옮겨가 짐을 풀었다. 이곳이 7일간 우리가 머물  베이스 캠프이다.

 

 13일 주일의  롱아일랜드 성당 공연을 위해 성당 근처의 시설을 빌려 연습을 한다. 롱아일랜드 한인성당의 김두윤 안토니오 신부님과 전정웅 바오로 사목회장,사무장,성가대장,지휘자등은 연습용 피아노를 구해다  옮겨 주는등 우리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토요일 밤 11시-회사 일 때문에 일행과  떨어져 뒤늦게 출발한 테너 파트의 김건정 빠뜨리시오가 부인 테레사씨와 함께 아시아나 항공기편으로 도착해 합류했다. 이러고 보니 테너 이수문 김건정 차인석등 3명에 베이스-김석주 최동현 정성철 박순봉 김경년 조남규등 남성이 모두 9명, 여성은  박순자, 박계화, 노정희, 노옥균, 정선영, 김형은,정연진, 조남진등 소프라노 8명, 앨토 최영호 이휘숙에 지휘자 박온화 반주자 이금숙까지 치면 총원 21명의 규모이다. 공연이 성공할 것이란 예감이 든다.

 

    루스벨트대통령을 배출한 - 고색창연한 롱아일랜드성당 공연

 

드디어 주일 오전 9시30분, 10시30분의 미사를 앞두고   1시간전 쯤부터  연습을 하는데 너무들 긴장을 한 탓일까. 소리가 뜨고 노래가 빨라진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엔젤의 기도>를 바치고  성당으로 옮긴다.

 우리가 미사를 드릴 롱아일랜드 성당은 미국의 제 19대 대통령이었던 루스벨트 대통령이 다닌 고색창연한 성당이다. 성당 겉은  검은 벽돌로 마감했으며  채색의 스테인드그라스와 돔 형태의  성당 중앙 제대가 정말  아름답다.  성당에서 조금 떨어진 바닷가의 공원은 루즈벨트 파크로 이름 붙여져 있고 공원 옆에는 요트 클럽이 있는 수준 높은 고급 동네이다.

 "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의 저자 유홍준교수는 "리얼 아메리카 -미국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려면  롱아일랜드의 시골로 들어가 보라 "고 하였다. 과연 롱아일랜드는 저마다 꽃으로 치장한 오래된  주택들이 아름다와 유럽의 어디 쯤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롱아일랜드성당은 도미니크 성인이 주보이다. 성당 구내에는 도미니크 성인의 이름을 붙인 사립 중고등학교도 있다. 한국인들은  루스벨트대통령이 다닌 이  오래된 성당을 빌어  매주 미사를 드린다.( 미국인들은 이 성당 옆에 조금 크게 새로 지은 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드린다).  성당 내부는 청량리 성당 보다 조금 작았다. 성가대 자리가 있는 2층에 올라가니 아주 작고 예쁜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 파이프 오르간 앞에는 작은 거울이 달려 있어서 반주자는 거울을  통해서 지휘자와 사인을 맞추고 연주를 한다. 우리의 반주자 이금숙 알로이시아는 "성가대 반주자 생활 30년만에 이런 성당에서  아름다운 음색의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게 된 것은 처음" 이라며 꽤나  감격스러 하고 있다.

 김두윤 안토니오  신부님의 집전으로 봉헌된 연중 19주 주일  미사에는 한인 동포 약 3백명이 참석했으며  엔젤사랑의 성음악 미사로  1시간15분간 진행되었다.  서울에서 무려 6개월이나 연습한 라틴어 성가로 미사를 끝내고 나자 김두윤 신부님께서는  우리의 성가가 아주 아름다왔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이어 2부의 합창 공연을 위해  가운을 벗고 성당 2층에서 내려와 제대 앞에  섰다. 그리고 엔젤의 영원한 지휘자  배성환 루까가 성가풍으로 편곡한 "동행" "사랑을 위하여" " 터"등 엔젤사랑의 대표적인 레퍼터리와 몽금포 타령, 총각타령등을  합창하고 , 쌍둥이 자매 박계화와 박온화가 기타 치며 " 향수"등을 불렀을때 교포들은 노래에 녹아 내린듯 환호했다.   교포 할머니들은 지휘자 박온화 루시아의 볼에 키스를 하며  눈물을 글썽거렸고 많은 신자들은 열렬히 박수 치며 오랜만에 맛보는 감동스러운 음악회였다고 고마와했다. 또한 교포 자녀들은 음악회의 여운이 가시지않은 듯 노래를  흥얼거렸다. 음악회를  마치고  일행은 신자들과 함께 친교실로 자리를 옮겼다. 친교실에는 "엔젤사랑 성가대 환영"이라는 벽 장식이 멋지게 꾸며져 있었다.  이국 땅에서  고달픈 생활을 하는  신자들은 주일 미사가 끝나면 친교실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나누며  일주일간의  생활의 시름을 씻고 이민 생활의  정보를 나누며 사랑의 잔치를 연다.  이날은 특별히 성모회에서 샌드위치 대신 여행중인 우리를 위하여 도시락을  준비하여 우리와 신자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우리는 점심 식사를 끝내고 다시 교민들과 하나되어 "사랑해"," 사랑으로" "고향의 봄" 등을 노래했다. 동작을 곁들여  노래를 부를 때 신부님부터 주방 근처에서 음식을 서브하는 자매님들까지 손을 놓고  열심히 따라하며 정말 어린이들처럼 즐거워하였다. 그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긴 연습을 통하여  과연 우리의 일이 잘될 것인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끝없이 회의하였던 일들은 깨끗이 지워졌고 하느님 안에서 좋은 뜻을 가지고 하는 일이란  어느것 하나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향수 달래 준  교포 위안 공연  

 

 점심 식사를 마친후 우리는 퀸즈에 있는 알폰드 공원으로  향했다. 플러싱 지역 등이 있는 이곳은  미국 뉴욕 쪽에 이민 온 교포들이 제일 먼저 둥지를 트는 한인 타운이 가까운 곳이다. 이곳의  거리엔 한글 간판이 줄지어 있고 책 대여점부터 한국식품점, 미용실, 음식점등  한국 사람에게 소용 닿는 것이면 없는 것이 없는 미국 속의 한국이다. 이런 탓에  "플러싱에서  3년내에 빠져 나가지 못하면 영어 배울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인이 많이 살고 있다. 이곳의 공원에서  오늘 김석주씨가 나가고 있는 재미 뉴욕한인회 강원도민들이 행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행사에 초대 받아가  다시 교포들이 그리워하는 각종  민요와 노래 -"몽금포 타령" " 향수"등 노래의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오랜만에  제 나라 음식을 먹고  마음놓고 제 나라 말을 하고 또 고국 노래를 들은 교포들의 얼굴엔  건강한 삶의 의욕이 넘쳐 나는것 같았다. 그렇다. 바로 이것을 위해 우리는 6개월간 그렇게 많은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낸 것이다. 우리 스스로 오늘의 성공적인 공연에  감격스러워져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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