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동성당 게시판

제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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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아 [komorebi] 쪽지 캡슐

2000-03-03 ㅣ No.447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선생님, 제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

 

’예수님, 제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당신이 창조하신 참 좋은 세상 안에서 당신을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숨쉬는 함줌의 공기 속에서, 창 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 속에서 당신을 보게 해주십시오.

풀 한포기, 한송이 꽃, 푸른 바다와 들녘, 우뚝 솟은 산, 그리고 매일 어김없이 찾아와 텃밭에 심어놓은

채소를 염치없이 갉아먹는 우리집 비둘기 안에서도 당신을 보게 해주십시오.

 

’예수님, 제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당신이 함께 살도록 주신 사람들 속에서 당신을 보게 해주십시오.

당신을 사랑하는 맑은 영혼 안에서, 해맑은 아기의 눈동자 속에서, 늘 품어주는 어머니의 마음과 굵어진 손마디 안에서,

어느새 어깨가 내려간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에서 당신을 보게 해주십시오.

서로 도우려는 자매의 따뜻함 속에서 당신을 보게 해주십시오.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동자 속에서 당신을 보게 해주십시오.

심지어 의견이 맞지 않고 감정이 통하지 않으며, 마음을 줄 수 없는 사람들에게서도 당신을 보게 해주십시오.

해를 끼치고 모함하고 저를 무너뜨리려는 사람들에게서조차 당신을 보게 해주십시오.

엉킨 실타래 같은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도 당신을 보게 해주십시오.

 

’예수님, 제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사지가 성하지 않고 한마디를 하기 위해 10분 동안 몸을 뒤틀어야 하고,

혼자 휠체어를 타기 위해 30분을 씨름해야 하는 사람들 안에서, 감옥에 갇힌 사람들 안에서 당신을 보게 해주십시오.

질병으로 시달리는 사람들 안에서 당신을 보게 해주십시오.

임종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숨결에서 당신을 보게 해주십시오.

 

’예수님, 제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당신을 거울 삼아 제 자신을 들여다보게 해주십시오.

상처난 곳, 모난 곳, 얼룩진 곳, 파인 곳, 송곳같이 뾰족한 곳, 산같이 우뚝 솟은 곳, 후미진 곳에서 진창같은 제 모습을 잘 보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예수님, 제 안에 살아계시는 당신을 잘 보도록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아멘.

 

                                            -야곱의 우물 , 매일 성서묵상 중에서... (마르코 10,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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