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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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1-11-02 ㅣ No.2394

요즘 성당에는 수능을 앞둔 아이들을 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을 보니 예전에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사람들은 고등학교 시절에 즐거운 기억이 많았나 본데 저는 별로 좋은 기억이 없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언제나 자율학습을 아주 타율적으로 해야 했습니다. 고등학교1,2학년 때에는 밤 10까지, 그리고 고 3때에는 12시까지 학교 도서관에 있어야 했습니다. 자리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땡땡이를 치면 다음날은 죽음이었지요. 매일 매일이 그러하니 무슨 좋은 추억이 있었겠어요. 물론 방학때에도 대부분의 날들을 학교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고3이 되었고, 분위기상 어쩔수없이 12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다시 독서실에 가서 새벽2시까지 공부하다가 집에 가곤 했지요.

 

그래도 조금씩 모의고사 성적이 좋아졌기 때문에 보람은 있었지요. 그런데 막상 학력고사를 치뤘을 때는 지금까지 봤던 모든 시험중에서 가장 성적이 안좋았기 때문에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다행히 합격은 했지만 저는 의욕도 잃고, 목적도 없었기 때문에 나머지 3개월 정도를 정말 아무것도 안하면서 허송세월을 하고 말았습니다. 신학교 준비도 하나도 안해서 신학교에 들어가서는 고생도 많이 했구요. 오늘 복음이 10처녀의 비유입니다. 5명의 슬기로운 처녀들은 신랑이 오기를 기다리며 모든 준비를 다했지만 5명의 미련한 처녀들은 기름을 준비하지 않고 등불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신랑이 늦게 왔을 때 미련한 처녀들은 기름을 사러 갔다가 늦게 왔기 때문에 잔치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삶의 목적들을 생각해 봅니다. 수능생들은 수능이 지금 삶의 목표요, 목적이겠지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자기가 가진 목표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애쓰면서 살고 있겠지요. 하지만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최종목적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이 아니라구요. 결국 하느님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 우리의 최종목적지입니다. 그것을 준비하는 시간들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눈앞의 수능에만 매달리다가 목적을 잃고 허송세월을 했던 저의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여러분들도 진짜 목적을 잃지 않고 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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