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4동성당 게시판

견진 축하드립니다.

인쇄

이제수위나 [jesy] 쪽지 캡슐

2002-10-19 ㅣ No.1405

+ 그리스도 우리의 사랑!

 

Congratulations!

 

*--^----------^--*

 

저는 보통 점심식사를 한 후에 성당에 기도하러 가곤 합니다.

오늘도 식곤증을 누르며 주님 품에서 탈혼^^하러 올라갔지요.

 

견진성사가 있는 오늘은 제대 꽃꽂이를 하느라 오전부터

봉사하시는 자매님이 오후까지 분주하게 꽃을 꽂고 계셨어요.

 

다른 기도 장소를 찾아야 할 것 같아 돌아서려다 감실에서

웃고 계시는 예수님을 보며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켠에 쌓인 꽂고 남아 잘린 가지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발씩 묶여진 장미 가지들이 나의 시선을 끌었고

수많은 '가시들로 뭉쳐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한 번에 훑어 버리면 그만이지만, 저는 작은 가위를 가져다

굵고도 큰 가시들을 하나 하나 다듬기 시작했지요.

 

꽃은 예쁘지만 가시가 많은 장미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고

사람과 너무나 닮은 구석이 있다 싶어 마음이 아팠어요.

 

이것을 치우다가 찔리는 사람이 없기를...

쓰레기 봉투가 가시로 뚤어져 거치는 손길 마다 고생하지 않기를...  

 

쭈그리고 않아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내 안의 많은 가시들을

또한 생각하며 기도할 수 있었어요.

 

많이들 아프셨겠구나!

이렇게 쉽게 제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스스로를 지키고 방어하기 위해서 만든 가시들 치고는

너무나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한 나의 가시들을 함께 자르며

더이상 버릴 것도 내어 놓을 것도 없는데 마저 허물어지려나 싶은

안량함까지도 잘라 내야 하기에 손끝이 저려왔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 같은

무너져 내려 내가 없을 것 같은 느낌들이 빈 들에 홀로 서서

주님을 바라보게 했습니다.

 

가시관의 독기서린 붉은 돌출들

그 잔인한 가시들이 그분의 심장을 뚫었구나!

 

내가 가진 수많은 가시들이 닿는 손길마다 주었을 아품들을...

설마하며 헤어보는 잔인한 순간들을 추적하며

느려지는 손 놀림에 안으로 길어지는 흐느낌 그 자체였지요.

 

 

견진 성사의 은총으로 성숙하여질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살아가며 더해지는 아픔들이

사실은 내가 만든 가시들일 수도...

 

그저 존재 자체만으로 축복하실 그분의 사랑 앞에서

사심없이 욕심없이 의탁할 수 있는 신앙인으로 발돋움하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며 축하드립니다.

 

"거룩한 삼위일체여 저희 안에 사소서.

                             또 모든 사람 안에 사소서."

                                                  (Fr. A J)

 

 

좋은 날에  너무 무거운 글이었나요? ^------^  기쁜 하루 되세요.



51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