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시] 꽃 향기로 피어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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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호 [austin] 쪽지 캡슐

2001-05-10 ㅣ No.6103

 

있는 그대로 발가벗은 몸으로

뜨거운 햇살조차 머리에 이고

누군가를 위한 쉴 자리를

그늘로 만들어야 하는데…

 

알몸이 부끄러워 목을 움추리고

햇살의 따가움이 아파서

고개를 숙이면

그늘은 또 그만큼 적어져

내 몸 하나조차 가리지도 못하고

그래서 더욱 부끄러운 나는

가시돋힌 몸을 부둥켜안고

오늘도 가슴에 상채기를 낸다.

 

아, 누구의 입김인가!

식어버린 가슴을 쓰다듬고

내가 만든 상처의 저 깊은 곳에서

아름다운 향기를 꽃으로 피워내는

저 숨결은...

 

이제

넉넉치 못한 앙상함도 부끄리지 않고

뜨거움조차 아파하지 않으며

날카론 가시 가시마다,

비록 너른 그늘은 아니어도

꽃내나는 향기로 피어나게 하소서.

 

-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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