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부활 제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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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4-21 ㅣ No.586

                      부활 제2주일(다해. 2001. 4. 22)

                                            제1독서 : 사도 5, 12 ∼ 16

                                            제2독서 : 묵시 1, 9∼11a. 12∼13. 17∼19

                                            복   음 : 요한 20, 19 ∼ 31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부활의 기쁨을 간직한 채 한 주간을 보냈습니다.  피어오르는 나무의 새순과 땅위에 피어나는 새싹들이 부활의 의미를 더 강하게 합니다.  따뜻한 햇살은 봄이라는 생각과 부활이라는 느낌을 더욱 간직하게 합니다.

 

  "한 사람이 당나귀를 빌리기 위해 가까운 이웃 사람을 찾아갔습니다.  이웃 사람은 벌써 다른 사람이 빌려가고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때 마침 마구간에서 당나귀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의아한 목소리로 '지금 당나귀 소리가 들리는데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웃 사람이 정색을 하면 '당신은 지금 내 말을 믿는 겁니까, 당나귀의 믿는 겁니까?'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예수님을 잃고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골방에 쳐 박혀 한숨만 쉬고 있던 제자들에게 직접 나타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향해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하고 인사하신 다음 당신의 손과 옆구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보여 주셨습니다.  이것을 보고 실망에 빠져 있던 제자들은 너무나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고 확인한 제자들은 더 이상 의심하거나 절망에 빠져 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 없던 토마스 사도가 의심하였지만 예수님께서 그의 의심을 해결해주십니다.  이제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고 믿게 된 제자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더 이상 실망에 빠져 골방에 틀어 박혀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곧바로 골방을 뛰쳐나와 소리쳤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의 주님께서는 죽지 않고 부활하셨다"고,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뵈었다"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우리는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말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눈으로 보아야 믿겠다는 토마스 사도의 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가 생활하는 곳곳에서 함께 호흡을 같이하고 계십니다.  혹시 백 번 보여주었는데도 못 봤다고 하는 눈 뜬 장님은 아니었는지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나와 함께 하신다고 믿고 나의 주님으로 고백한다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지극히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엇이든지 눈으로 직접 보아야만 믿을 수 있다고 합니다.  손으로 직접 만져 보아야만 믿을 수 있다고 합니다.  경험해보지 않고는 믿지 않으려 합니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증명되어야 하고 직접 보고 만져보아야 진실하다고 진리라고 생각하여 받아들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것에도 예외가 아닌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혹시 우리도 부활하신 하느님을 믿는데 있어서 어떤 그 증거를 보아야 믿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를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믿으십니까?  아니 왜 신앙을 가지셨습니까?  여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금 천주교 신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의 신자들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부모가 신자라서 저절로 신자가 된 이들을 뺀다면, 나머지 신자들 가운데 대다수가 마음의 평화를 쫓아서 신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마음의 평화라는 게 무조건 쫓는다고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마음의 평화란 우리가 하느님 나라, 하느님의 구원을 위해 노력할 때 저절로 얻어지는 결과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시면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하고 인사하십니다.  그리고 이어서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하고 말씀하십니다.  그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은 자신들의 삶으로 평화를 드러냅니다.  사도들과 신도들은 기도하면서 한 덩어리가 되어 솔로몬 행각에 모였으며 다른 이들은 그 모임에 끼여들 생각을 감히 하지 못하였다고 오늘 제1독서는 증언합니다.  그리고 백성들은 그들을 칭찬하였으며 주를 믿는 남녀의 수효는 날로 늘어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평화를 가진 이들의 모습입니다.

 

  선교는 우리 믿는 이들의 사명입니다.  우리는 이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교가 단순히 길거리에서 말만하고 있는 어떤 이들의 모습을 닮아서는 안됩니다.  말로만 외치는 소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바로 삶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삶을 통해서 언젠가는 꼭 가고 싶어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은 가식적인 삶이 아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삶,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어야 합니다.  제1독서에서 예수를 죽이라고 외치던 이들이 사도들과 신도들의 삶을 보고 칭찬하고 같이 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을 보고 하느님의 믿도록 우리의 삶이 하느님에 대한 증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삶을 통해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드러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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