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교회음악

가톨릭 성가 82번: 주 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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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2-09 ㅣ No.2291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82번 “주 찬미”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맞이하는 거룩한 사순 시기는,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새로운 비전과 희망의 빛을 기대하게 합니다. 크신 일을 이루시기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수난을 당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자비의 해’를 선물하시어 당신의 자애를 입게 하시는 영광을 주셨습니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희망으로 향하는 길이며 통로입니다. 그리고 그 길은 영광의 길입니다.

가톨릭 성가 82번 ‘주 찬미’는 개신교 작곡자 윌리엄 하워드 돈(William Howard Doane, 1832-1915)이 만든 성가입니다. 그는 J.A. 페이 목공 기계 회사 사장으로 매우 성공적인 사업가이자 음악 작곡가로 활동하였으며,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의 마운트 오번 침례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장과 합창단 감독을 역임하였습니다. 어려서부터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하였고 더블베이스, 비올라는 물론 플루트까지 뛰어나게 연주했던 그는 열다섯 살 무렵 작곡을 시작하여 600곡 이상의 주일 학교 노래, 150곡 정도의 교회와 기도 모임 찬송가, 250곡 가량의 일반적인 노래와 발라드, 칸타타 등을 작곡하였습니다. 1852년부터 54년까지 노리치 하모닉 협회의 지휘자를 역임하기도 한 그는 1875년, 데니슨 대학으로부터 음악의 의사인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작곡가였지만 열심한 신앙인으로서의 고백이기도 한 이 성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역사를 기쁨에 찬 찬미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노래의 가사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절 ‘크신 일을 이루신 하느님께 다 찬미와 흠숭을 드리오니 주 예수를 보내어 구하시니 만백성이 생명 길 찾았도다’에서는 아기 예수의 탄생인 성탄을 찬미하고 있으며, 2절 ‘피땀 흘려 그 백성 돌보시니 주 믿는 자 누구나 구원 받네 주 사랑이 우리를 용서하니 이 영원한 구원에 감사하라’는 예수님의 십자가상 수난과 고통을, 3절의 ‘놀라워라 주께서 이루신 일 큰 영광과 찬미를 드리오리 주 하느님 우리의 아버지니 이 기쁨을 무엇에 비기리오’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못갖춘마디의 내림 가장조인 이 곡은 겹두도막형식 A(a+a’)+B(b+a’)으로 8마디 단위로 순환합니다. 즉 전반부에 속하는 A부분 16마디는 앞의 8마디와 후반의 8마디를 모방의 모습으로 거의 흡사하게 하여 단순한 구조로 노래하며 엄청난 의미의 가사를 함축하여 노래합니다. 후반부의 B부분 16마디는 약간의 변형을 두어 후렴구로서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는 단순한 구조이기 때문에 가사의 의미가 더욱 잘 전달되기도 합니다. 또한 셈여림이 제시되어 있지 않고 ‘찬미의 마음으로’라고만 명시되어 마침까지 힘차고 우렁차게 하느님을 찬미하려하는 의도가 있음을 엿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스도의 삶을 통한 자비와 용서를 본받아 실천하도록 권고하는 ‘자비의 해’에 어떠한 실천을 계획하고 계십니까?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된 자비와 사랑, 용서의 실천은 완성된 멋진 음악이 아니어도 가슴 벅찬 찬미의 노래가 되어 우리 안에 울려 퍼질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여정을 걸어가고 있는 오늘, 기쁨의 노래를, 찬미의 기도를 봉헌해야 하겠습니다.

[길잡이, 2016년 2월호, 김우선 마리 휠리아 수녀(노틀담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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