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신앙의 대화] 7***

인쇄

김춘열 [c.y.kim] 쪽지 캡슐

1999-12-29 ㅣ No.2800

† 찬 미 예 수 님 !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평화

 

 감정의 동물이라서 사람은 기분 나쁠 때도 많다. 기분이

나쁘면 밥도 잘 안 먹히고 소화도 안되고 모든 것이 신경질적

으로 생각되고 눈빛도 달라진다.

 

시골이라서 한창 모내기가 시작될 때는 새벽부터 밤늦도록

허리가 터지도록 일을 한다. 그래서 무언가 좀 도움이 될 수

없을까 해서 주일 새벽 4시에 시골 새마을 회관으로 미사를

나가기로 했는데 첫번째 나가던 날 마치 초등학교 때 소풍가던

전날 밤은 설래여서 잠이 안 오듯이 잠도 안오고 이럭 저럭

하다가 4시에 나갔는데 한 사람도 안 나왔다.

 

웬 개구리는 청승맞게 울어대는지 더 기분이 잡치는데 별 생각이

다 났다. 옛날 같으면 신자들이 100리가 가깝다며 걸어서 미사를

봉헌했다는데 이건 10분이면 갈 성당에서 그래도 편리를 좀 봐

주려고 새벽 4시에 새벽잠을 설치고 나갔는데 한사람도 없으니

"농민들이 저녁까지 일했으니 피곤해서 못 일어났겠지" 하는

넓은 마음은 죽었다 깨어나도 안 들고 잔뜩 원망하는 생각만 났다.

 

돌아오는 길에 심술이 나서 돌맹이만 발길로 차면서 게걸맞게 울고

또 우는 개구리놈들 원망만 했다. 성당엘 거의 오니까 수녀님이

수녀원에서 나오시면서 혼자만 갔다온다고 툴툴댔다. "에이 4시에

도착하자는 양반이 이제 오시면서 무슨 소리냐" 고 하려다가 그래도

개구리 원망하고 신자들 원망했기 때문인지, 원망할 것이 다 떨어

졌던지 집에 아무 말 없이 왔다.

 

드러누어서 아무리 생각해도 섭섭해서 마음이 언짢아 잠이 오질

않았다. 아무리 잊으려 해도 애인 멀리 두고 떠나온 사람처럼 잊혀

지질 않아서 야단났다. 잠은 자 둬야 미사 세 대를 드릴텐데 가뜩이나

배가 쪼그라들어서 소리가 기어 들어가는 판인데 잠까지 안 오니

큰일이었다. 생각과 생각이 싸우자니 머리는 멍하고 가슴은 두 방망이

질을 하는데  그때야 비로소 제 상태로  복구할 수 있는 길을

발견했다.

 

예수님 !

예수님 !

예수님을 자꾸만 불렀다. 그렇게도 두방망이질을 하던 가슴은 어느새

평화가 찾아왔고 머리엔 기쁨의 소리가 전달되었다. 참으로 신기했다.

내자신이 사제 생활을 4년째 하면서도 예수님의 이름에 이토록 커다란

권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예수님의 이름에 이토록 위대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진작에 체험했다면

나는 더 젊어지고 얼굴도 더 미남이 될 수 있었고 키도 크고 살도

쪘을텐데…

 

<신앙의 대화>

 

나는 모든 이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예수님을 부르면 근심 걱정은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언젠가 묵주의 기도를 드리면서 성모송 대신에 성모님 ! 성모님을

한 기억은 있으되 예수님 ! 예수님 ! 을 외어본 경험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부터 예수님 ! 을 수시로 수시로 부를 것이다. "예수님은

어떤분이시고 무엇을 우리에게 해 주시고" 하면서 가르치기도 어렵겠지만

"예수님" 하고 부른다는 것은 사실 더 어려운 것이다. "예수님 !" 하며

부르는 것은 신학이 아니고 신앙이다.

 

나는 신학만 했던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이젠 "예수님 !" 하면서 심심할

때도 고달플 때에도, 기쁘고 슬플 때에도 부를 것이다. 그러면 예수님은

언제고 "왜 그러니 ?" 하시면서 나에게 응답을 주시고 놀아 주실 것이다.

 

신앙인이여 ! 우리 모두 "예수님 !" 을 부르면서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차지하자.

 

예수님의 이름은 그 옛날 제자들이 불렀던 때와도 같이 지금도 내일도

계속 그렇게 다정하게 불리워야 한다. 2000년의 아득한 역사 속에 뭇사람들이

사라져 갔고 산천도 변했지만 아득한 그 옛날 예루살렘의 여기 저기,

나자렛의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시던 그 예수님은 지금도 변함없이

살아 계시다.

 

우리의 강토 이 구석 저 구석 우리가 원하기만 하면, 부르기만 한다면

우리의 비서쯤이나 되신 양 급히 오신다. 우리의 다정스런 목소리가

예수님의 귓전을 울려야 한다. 언제나 기쁨의 선물을 한아름 선사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너도 나도 맛보자.

 

--<최기산 신부 지음> [등잔불] 중에서-

 

사랑합니다 !



67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