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영화 '잔다르크'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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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agneskim] 쪽지 캡슐

2000-02-21 ㅣ No.1223

 

† 찬미예수님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지난주 금요일에는 영화 잔다르크 표가 공짜(원래 시사회는 공짠가요??)로 생겨서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2시간 30분이 넘는 영화라는 엄청난 말에도 (제가 화장실을 워낙 자주 가다보니... 긴 영화의 끝은 항상 놓치기 일쑤거든요. 스타는 막판에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영화도 막판이 중요하잖아요) 시사회를 다녀온 데는 공짜라면 양잿물도 안 가린다(조금 과장해서...)는 저의 생활 신조가 있기 때문이지요. m^.^m

 

와우~  @o@

저에겐 정말 좋은 영화였습니다.

잔다르크 영화는 일반인보다는 우리 가톨릭 신자들이 보면 정말(울트라 캡숑으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안에 품고 있는 많은 것들을 느끼지 못하고 긴~ 영화에다 브래이브하트 보다 못한 영화라고 하는 몇 몇 사람들도 있었지만 저는 브래이브하트 보다는 훨~씬~ 잔다르크 쪽으로 애정이 갑니다.

 

잔다르크는 여자로선 견디기 힘든 구타와 고문에도 주님께서 주신 계시를 "그분께서 오직 왕에게만 전하라고 하셨다"는 말로 결코 언급하지 않습니다.

아마 제가 그 입장이었다면 누군가 매를 잡는 순간 입을 열고 술~술~ 알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_-;; 부끄~

 

처음부터 그녀가 피를 흘리는 전쟁을 원했던 것은 아닙니다.

주님 뜻대로 철저한 평화주의로 적군을 대했으며 영국군에게 서신을 보내 조용히 프랑스를 떠날 것을 권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언니를 죽인 영국군에 대한 불타는 복수심은 어느새 자신의 손을 피로 물들이게 되고 언제부터인가 신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전쟁의 승리 뒤에 죽어있는 많은 시체들을 보면서 과연 이렇게 하여 프랑스를 주님 품에 안겨드리는 것이 주님의 뜻인지 아니면 자신이 잘못 해석한 것인지에 대한 끝없는 자기 질문에 빠지게 되고 결국 자신이 갖고 있었을지도 모를 이기심과 자만심과 복수심에 대한 후회를 하게 됩니다.

 

"나는 육체의 자유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자유를 원한다" 는 잔다르크의 말이 아직도 귀에 울립니다.

 

잔다르크는 전쟁을 하고 돌아오면 언제나 사제 앞에 부하들을 모두 데려가 고해성사를 청합니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끝없이 고해성사만을 원합니다.

 

고해성사라면 일년에 두 번으로 끝내기도 하고...

가끔 왠지 한 번쯤 봐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 때서야 고해 하는 제게...

 

참으로 맑은 눈으로 주교님께 "제가 고해성사도 못하고 죽기를 원하시나요?"라고 물을 때는 저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면서.... 저는 울고 말았습니다.  눈물 찍~ 콧물 찍~

 

그분의 징표와 계시!

 

할아버지....

이미 우리는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할 그 어떤 일에 대해 그 분의 징표나 계시를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주님께서 저에게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그 말씀의 의미는 무엇인지 어쩌면 저에게 계속해서 말씀하고 계실지도 모를 주님께서 지치시는 일이 없도록 이제 제 마음을 깨끗이 하고 주님을 맞아야하는데...

 

그리고 이미 받았다면 제가 그분의 뜻을 올바르게 따르고는 있는지 혹시 엉뚱한 해석을 내려서 주님께서 쓰신 가시관을 더욱 깊숙이 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제가 잘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편의 영화가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정말 좋은 영화를 보았던 지난 금요일의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하길 빌며 불광동에서 아녜스가 올립니다.

 

 

추신:

그런데 추기경 할아버지 제 글을 단막극으로 연출해도 좋겠다는 말씀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는데... 제목이 [어느 주일학교 교사 노!처!녀!]라는 것은 좀~

그저 [남들에 비해 생활의 맛을 조금 더 많이 아는 나이의 처녀] (넘~ 긴가요?) 라고 하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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