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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나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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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규철 [catho21c] 쪽지 캡슐

2006-03-01 ㅣ No.1253

 

 

 

뿌리가 나무에게

 

 

네가 여린 싹으로 터서 어둠을 뚫고

태양을 향해 마침내 위로 오를 때

나는 오직 아래로 아래로

눈먼 손 뻗어 어둠 헤치며 내려만 갔다

네가 탐스런 열매를 가지마다 맺을 때

나는 더 많은 물을 얻기 위하여

다시 아래로 아래로 내려 가야만 했다.

잎지고 열매 떨구고

네가 겨울의 휴식에 잠길 때에도

나는 흙에 묻혀 흙에 묻혀 가쁘게 숨을 쉬었다.

봄이 오면 너는 다시 영광을 누리려니와

나는 잊어도 좋다

어둠처럼 까맣게 잊어도 좋다.


                                     - 옮긴글-

글 제공 - 김 루시아 수녀 침묵의 샘  

 

 

 

침묵의 샘 http://cafe.daum.net/99songsr

 

 

 

 


글 제공 - 김 루시아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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