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인쇄

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0-07-08 ㅣ No.920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나해. 2000. 7. 9)

                                                 제1독서 : 2역대 24, 18 ∼ 22

                                                 제2독서 : 로마   5, 1 ∼ 5

                                                 복   음 : 마태  10, 17 ∼ 22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정말 덥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한 주간이

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도 더위를 잔뜩 머금고 다가오고, 햇살은 왜 이리

도 뜨거운지 정신없었던 한 주간이었습니다.  하루하루의 삶이 인내를 요구

하는 듯합니다.  덥다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면 아무리 선풍기를 틀고 에어컨

의 온도를 낮추어도 덥기는 마찬가지요, 짜증만 납니다.  그냥 그늘에 앉아

마음을 차분히 하면 불어오는 바람의 싱그러움에 젖어 더위를 잊을 수 있습

니다.

  단군신화를 보면 호랑이와 곰이 인간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인간이

되기 위해 그들은 21일간 쑥과 마늘만 먹으면서 햇볕을 보지 않고 동굴 속

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21일간 쑥과 마늘만 먹으면서 햇볕을

보지 않고 동굴 속에서 인내로 지낸 곰만이 인간이 되었습니다.  거칠고 사

납고 참을성 없는 호랑이는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인간됨의 근본은

인내와 참을성입니다.  참지 못하고 이용하려고만 드는 사람은 인간이 될 수

없으며, 인간의 탈을 썼다해도 인간 대접을 받을 수 없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제2독서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리스도를 믿

는 우리의 믿음은 우리의 구원을 보증하는 것이기에 고통을 당하면서도 기

뻐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끈기를 끈기는 하

느님의 영광에 참여할 희망을 준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곰이 쑥과 마

늘로 21일간 햇볕을 보지 않고 동굴 속에서 지내는 것이 미련하게 보였지만

결국 곰은 자신의 원하던 인간이 되었듯이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의 모습도

역시 미련할 정도로 인내와 끈기를 가짐으로써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당신을 증거 하다가

총독들과 임금 앞에 끌려가 말할 수 없는 박해를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

다.  형제가 형제를 넘겨주어 죽게 하고 자식들은 부모를 거슬러 들고일어나

그들을 죽일 것이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

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박해의 어려움

속에 그냥 제자들을 버려 주지 않으실 것과 성령의 도움을 약속해 주십니다.  

교회의 존재 목적은 선교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성

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푸는 것이(마태 28,19)바로 교회의

사명입니다.  복음을 전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목숨

을 내어놓을 만큼 어렵고 위험합니다.  우리는 김대건 신부님의 축일을 보내

면서 복음을 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김대건 신부님은 자신이 믿는 것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았습니

다.  그는 복음이라는 진리와 그에 대한 믿음을 이 땅에 심고자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땅의 사람들은 그가 전한 복음을 이해할 수 없었고, 따라서 복음

에 대한 믿음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결국은 김대건 신부님은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이 목숨을 바쳐가면서 믿었던 그것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

이며,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복음에 대한 믿음입니다.  이 복음을 믿는

이들의 눈으로 인생을 바라볼 때 질그릇 같이 투박하고 못난 인생이 은총의

삶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세상이 바로 사랑의 장소가 됩니다.  

사랑하기에 기뻐할 수 있게 됩니다.  하늘 나라는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리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믿음 때문에 당신의 목숨을 잃으면서도 이 기쁨과 희망과 인

내가 이 땅에 심으려 했습니다.

 

  순교는 그 옛날에 있었던 한 사건이 아닙니다.  순교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자리에서도 일어날 수 있으며 복음을 선포하라는 사명을 받은 우리

는 항상 순교의 삶을 살아야합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만

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과 사랑을 전해야 합니다.  단순히 말로써가

아니라 우리의 사랑하는 삶으로써 인내와 희망을 가지고 전해야 합니다.  더

워서 지쳐있는 이들에게 조금더 친절하고 조금더 관심을 가진다면 우리는

바로 순교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또한 사제들이 김대건 신부님의 삶을

본받아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도록 노력할 수 있게 사제들을 위해 기도

해주십시오.



29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