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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민 [soomin] 쪽지 캡슐

2001-12-09 ㅣ No.2459

안녕? 잘 지내고 있니?

그래, 이곳은 인터넷하기엔 힘이들어서 이렇게 연락하기가 힘이 든단다.

 

어찌되었든, 다들 건강은 어떠니?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구...

 

 

나는 요즘 조금더 깊은 체험을 위해 얼마전부터 만들어진 보금자리가 아닌 거리와 역에 나가서 새로운 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시작하였단다.

 

내가 나가는 역을 시알다라는 역인데 플렛폼이 약 20개정도 되는 곳이란다.

이곳의 플렛폼을 위해 저와 미국인 봉사자 단 둘이 파견되었단다.

 

잠깐 있을 봉사자가 아닌 한달 이상의 경험과 두달 이상더 체류할 수 있는 봉사자들에게 주어지는 약간 험하고 힘든 곳 이란다.

이곳에가기 전에 우리는 먼저 역에서 살고 있는 거지들에게 줄 음식( 찐달걀, 빵, 바나나등)을 산단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심하게 욕창이나 상처가 난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이란다.

 

이곳은 끔찍하리만큼 더럽고 냄새나고 안좋은 상황 속에 있는 이들이 턱없이 많은 곳이란다.

역 안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정신 없이 바쁜 인도인들과 음식을 파는이들, 그리고, 죽어가는 이들 이리저리 치여서 기차레일로 떨어지는 이들로 많이 있단다.

이곳에서는 기차와 관련된 사고가 참 많이 나는데, 그 이유는 역에서 살고있는거지들중 정신병 환자들이 수도 없이많고 하빠 하시시등 마약을 쉽게 구할 수있어 고통을 잊으려고 약을 하는 이들이 참 많기에 사고가 많이 난단다.

또 하나의 이유는 기차가 소리도 없이 플렛폼에 들어 오기때문에 깜빡 딴생각을 할때는 거리의 시체가 되기 쉽상이란다.

 

엇그제도 맨탈환자가 기차레일에서 큰일을 보다가 그만 들어오는 기차에 치여서 그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단다.

 

역일은 계속해서 걸으며 환자들을 치료하고 음식을 나누어주고 하기때문에 쉽사리 지치지만 순간순간 그들이 비쳐주는 웃음과 만족해하는 모습에서 피로는 쉽게 잊을 수 있단다.

 

몇일 전에는 한 할머니를 발견했단다.

그 할머니는 오른쪽 발가락이 다 썩어 없어져서 쩔뚝거리며 걸어다니는 분 이셨단다. 굉장히 가냘파서 심한 바람이 불거나 왠만한 남자가 지나가다 어깨로 툭치면 곳바로 넘어질것 같았고 연세도 꽤 들어보였단다.

 

그런데, 항상 우리가 빵과 바나나와 달걀을 주면 만족해하면서 급히 어디론가 절룩거리며 바삐 가시는 것이야.

저는 자신의 보금자리로 가겠지 싶어 그냥 웃음짖고 말았단다.

그런데,어제는 뜻밖에도 그 할머니를 다시 만나게 되었단다. 내가 본것은 작디작은 아기들 다섯명과 쓰러져있는 한 여인옆에서 아까 제가 준 음식을 다 깨져서 그릇같지도 않은 그릇에 담아 으깨고 있는 그 할머니 였단다.

 

힌디어와 영어를 할 줄 아는 인도사람의 도움으로 그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해들었는데, 3년 전부터 쓰러져있는 이 여인과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기들을 그곳에서 돌보고 있었더란다.

그래서 항상 저희가 음식을 주면 그것을 잘 으깨서 아기들과 잘 씹지못하는 여인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들고 그들이 먹고 남은 찌끄러기 같은것으로 자신은 생명을 연장하고 있었단다.

 

그래서, 오늘은 그 할머니께 음식을 줄때 모르는척하고 더 많은 음식을 주었단다.

그러나 눈치체지 않게 조금 많게 주었단다. 내일은 조금더 많이 줄 계획이란다. 왜 그들을 시설로 데리고 가지않았냐면 그 할머니의 고귀한 사랑의 행위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단다. 아마도 그 다음 봉사자에게 인수인계를 해 줄때 그들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조치할 수 있도록 준비할 생각이란다.

 

나는 이러한 아름다운 삶을 보고 이러한 생각을 했단다.

자신에게 닥쳐진 상황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내가 그것에 어떻게 대쳐하느냐? 어떤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이것이 더욱 중요함을 느꼈단다.

 

어찌되었든, 요즘 나는 이러한 아름다운 삶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단다. 너도 네가 처해있는 삶 안에서 보다 아름다운 삶을 살기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행복하고 항상 기도중에 보도록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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