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더이상 신문이 아닌 신문을 정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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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bkkim] 쪽지 캡슐

2000-07-05 ㅣ No.392

푹푹찌는 오후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오후입니다. 모처럼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자유를 만끽하며 아울러 더위도 즐겨(?) 봅니다. 혼자 있는데 너무 시원하게 지내려 전력을 축내는 것이 죄스러워 선풍기에 몸을 맡기고 있으려니 덥긴 덥네요. 그래서 이열치열의 이론과 주위가 지저분하면 더 더운 것 같아 한구석에 쌓아둔 신문들을 정리했답니다. 집에서 보는 신문을 가지런히 쌓아 필요한 사람 집어가기 좋도록 하는건 엄마 몫이지만 사무실에서는 별 수 없이 제 몫입니다. 가지런히 쌓아서 손수레 끌고 가시는 분들한테 드리면 황송할 만큼 감사해 하시는 분들 덕분에 착한 일을 한 듯 우쭐해지는 것이 기분 좋거든요. 며칠사이 수북히 쌓인 신문의 헤드라인만 보아도 불과 며칠간의 시간동안 참 많은 일이 생겼고 지나갔고 또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찰나'라는 짧은 시간들이 휑하니 지나가며 과거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사람들이 엮인 수 없는 단위에서 만들어 내는 사건들에 비하면 개인의 일상은 참 작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안에 갈등이 있고 고민이 있고 속앓이가 있지요. 하지만 과연 내가 지금 끌어안고 있는 걱정과 고통들 중에 영원한 것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있을까요? 자꾸 이렇게 맥 놓은 얘기를 하는 것도 치열하게 살아야할 젊은(?) 나이에 비겁한 태도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나와 관계없는 일에 흥분하고 바꾸고 싶어하고 내 자를 상대에게 맞추려는 욕심이 지워지지 않은 탓이기도 합니다. 나의 열정을 퍼부어야 할 대상을 찾지 못해서일까요? 어쩌면 저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열정과 변화에 휩싸인 분주한, 진행형의 생활보다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한 일상이 절로 그리워지는 나이가 되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늙었다는 얘기를 듣더라도 내 욕심을 주체하지 못해 괴롭던 시기보다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 애쓰는 지금이 더 좋습니다. 나이를 먹는 것이 좋은 점도 있는 것 같네요. 아니,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너그러운 마음으로 살고 있었는데 저만 나이덕에 가능해 지려는지도 모르겠군요. 어쨌거나 아직은 철딱서니 없이 깔깔대고 웃을 수도 있으니까요. 너무 웃어대서 탈일 지경인가? ^^ 더위에 지는 일 없이 모두 행복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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