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꽃이 졌다는 편지

인쇄

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2002-10-08 ㅣ No.2785

꽃이 졌다는 편지 장석남 1 이 세상에 살구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복숭아 꽃이 피었다고 졌다고 쓰고 꽃이 만들던 그 섭섭한 그늘 자리엔 야윈 햇살이 들다가 만다고 쓰고 꽃 진 자리마다엔 또 무엇이 있다고 써야 할까 살구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복숭아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그러니까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써야 할까 내 마음속에서 진 꽃자리엔 무엇이 있다고 써야 할까 다만 흘러가는 구름이 보이고 잎을 흔드는 바람이 가끔 오고 달이 뜨면 누군가 아이를 갖겠구나 혼자 그렇게 생각할 뿐이라고 그대로 써야 할까 2 꽃 진 자리에 나는 한 꽃 진 사람을 보내어 내게 편지를 쓰게 하네 다만 흘러가는 구름이 잘 보이고 잎을 흔드는 바람이 가끔 오고 그 바람에 뺨을 기대보기도 한다고 나는 오지도 않는 그 편지를 오래도록 앉아서 꽃 진 자리마다 애기들 눈동자를 읽듯 읽어내고 있네



6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