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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470여 년 만에 첫 교황 배출한 예수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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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3-25 ㅣ No.270

설립 470여 년 만에 첫 교황 배출한 예수회는?

지적 · 영적으로 교회 쇄신 앞장선 ‘예수의 벗’



예수회가 교황 프란치스코 선출로 수도회 설립 4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교황을 배출했다.

예수회는 1534년 로욜라의 이냐시오와 그의 ‘영신수련’으로 단련 받은 6명의 동료들로부터 기원, 6년 후 교황 바오로 3세(1534~1549)의 회칙 ‘레지미니 밀리탄티스 에클레시애’에 의해 정식으로 설립됐다.

대격변기이자 종교개혁의 시대에 시작된 예수회는 오로지 ‘하느님만을 섬기려는 열망’으로 자신들에 대한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려고 했고, 복음적 권고를 따라 교회에 봉사해 왔다.

거룩한 생활과 뛰어난 학식을 갖춘 예수회는 특히 지적·영적으로 교회 쇄신에 기여했다. 예수회가 반종교 개혁을 위해 설립된 것은 아니었지만, 독일 남부 지역과 프랑스, 중부 유럽 및 동유럽 지역에 종교 개혁 운동이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 덕분에 예수회는 짧은 시간 동안 큰 명성을 얻어 1556년 938명이던 회원이 1565년 3500명, 1626년 1만5544명, 1710년 1만998명, 1749년 2만2589명으로 점차 늘어났다.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에 뿌리를 둔 예수회는 활동이 가장 왕성할 때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급격한 성장과 높은 명성, 교육 및 학문적인 지위 상승으로 인해 교회 내외에서 갈등이 생겼다. 18세기 말에는 계몽주의 철학자와 얀센주의자, 갈리아주의 등 반(反) 교회적 움직임이 확산되며 포르투갈,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강제 추방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1814년 교황 비오 7세가 교서를 발표함에 따라 예수회가 복구됐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회원이 증가했다.

시대와 세계 안에서 그리스도를 관상하며 영감을 받아 사도적 활동을 펼치는 예수회 회원은 이냐시오와 같이 ‘예수의 벗’으로 부름을 받았음을 인식한다. 또한 ‘주님 안의 벗들’인 동료들과 더불어 이 시대의 가장 심각한 신앙의 봉사와 정의 구현에 헌신하고 있다.

예수회의 사도직은 교육 분야서 두드러진다. 해산된 기간에도 러시아 등지에서 13개의 예수회 학교가 존속했다. 현재는 세계 100여 개국 226개의 단과대학과 종합대학을 설립했으며, 4000여 개의 중·고교, 기타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교회와의 인연은 1955년 시작됐다. 고등교육 기관을 설립해달라는 한국교회의 요청에 따라 교황 비오 12세(1939~1958)가 예수회에 이를 맡겼다. 그 결과 서강대가 1960년 개교할 수 있었다. 또한 예수회는 1969년 광주대교구로 이양하기 전까지 광주가톨릭대를 설립, 운영했다. 현재 한국관구에서는 170여 명의 회원들이 교육, 사회, 영성, 해외선교 등 다양한 사도직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3년 3월 24일, 이지연 기자]


예수회 한국관구 관구장 대리 정제천 신부

“가난한 이에게 눈 · 귀 돌리는 교황 되실 것”


“이 시대 성령의 도구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사랑을 현대인들에게 보여주는 착한 목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예수회 출신 첫 교황 프란치스코 선출 직후 예수회 한국관구 관구장 대리 정제천 신부를 만났다. 정 신부는 새 교황에 대한 바람과 기대를 전하면서 특별히 ‘가난의 영성’을 강조했다.

“교회가 초대교회의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가난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교황의 선출과 함께 가난의 영성이 교회 내에 활성화 되면 좋겠습니다.”

채 마흔 살이 되기 전에 아르헨티나 관구장으로 임명된 뒤에도 가난과 겸손을 강조했던 교황의 일화를 소개한 정 신부는 “몸소 가난을 살아오신 분이기에 아버지다운 품성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귀와 눈을 돌리는 교황이 되실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 신부는 또 처음으로 미주 지역에서 탄생한 교황에게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환경, 생태 등에도 관심 가져 주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사실 예수회 회원의 교황 선출은 수도회에도 뜻밖이고 놀라운 일이었다. 16세기 혼란의 시기에 설립돼 교회 쇄신에 앞장선 예수회는 경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정 신부가 설명했다.

그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예수회가 교회의 최전방에 서있다고 말씀하셨다”며 “혼란의 시기를 보내는 현 시대에 예수회 출신 교황 프란치스코의 선출은 우리 예수회에 교회의 최전방에 서서 흐트러진 교회의 마음을 불러 모으라는 부르심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6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관구도 역시 막중한 짐을 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관구가 수적 성장하고 있지만 부족한 점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좋은 격려의 계기로 삼고 내실을 기하며 겸손 되고 가난하게 우리의 자리를 지킬 생각입니다.” [가톨릭신문, 2013년 3월 24일,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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