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27주일(나해) 마르 10,2-12; ’18/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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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18-10-06 ㅣ No.3670


연중 제27주일(나해) 마르 10,2-12; ’18/10/07


 


 


 


지난 102일이 노인의 날이었습니다. 노인의 날을 맞아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지난 번에 미수(米壽)를 맞이하신 아버지 신부님을 찾아 뵈었습니다. 찾아 뵙고는 이런 질문을 드렸습니다.


신부님, 나이 드신 분들이 저만 보면 신부님, 하느님께 저를 좀 데려가 달라고 기도해주세요.’ 라고 청하는데 뭐라고 말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랬더니 제게 신학교 입학 추천서를 써주신 아버지 신부님께서,


그거 다 거짓말이야. 죽게 해달라는 이야기는 죽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살면서 겪는 괴로움을 겪지 않게 해 달라는 이야기야.”


 


맞습니까, 여러분?


그러시면서 신부님께서는 제게 하느님의 은총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우리 인간 삶에 대한 하느님의 은총을 언급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살면서, 자기가 살아가는데 하느님께서 어떠한 은총을 베풀어주셨는지를 깨달아야 해. 그것을 깨닫게 되면 인생이 그렇게 힘들지 않아. 나도 여기저기 아프지만, 아픈 것은 아픈 것이고, 하느님께서 내게 은총을 베풀어주셨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인생이 행복해져. 그리고 그렇게 깨닫는 것은 누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고, 자기 자신의 신앙인 거야. 자신의 신앙으로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축복을 내려주셨다는 것을 깨닫고 깨달은 만큼 행복한 거지.”


그렇게 깨닫게 되면 기쁨이 샘솟을 것이고 그로 인하여 생기가 돋을 수 있는 거야.” 라고 하시면서, “그런데 잘 깨닫기 어려우니까, 깨달음 자체가 은총일 수 있지. 은총이 축복이고, 은총으로 축복받은 거지!” 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신부님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신자들이 했던 이런 말들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나이가 다 들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나이가 다 들어서 우리가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나이가 다 들어서 우리가 더 이상 변화되어야 할 것이 무엇이 더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시면서 말씀하십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 구약성경의 레위기에 보면, 같은 맥락의 글이 나옵니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1,44.45; 19,2) 그런가 하면, 루카 복음에서도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 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놓고 보면, 완전하신 것이 곧 거룩하신 것이고, 거룩하신 것이 자비로운 것으로 나옵니다.


그 예로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마태 5,44-45) 라고 말씀하십니다. 결국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고 자비를 베푸는 것이 거룩하신 아버지 하느님을 따르는 길입니다. 주님께서는 이어서 또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그리고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런 것은 다른 민족 사람들도 하지 않느냐?”(46-47) 라고 반문하십니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주님은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48) 라고 결론을 맺으십니다.


 


우리가 우리의 삶 속에서 완전하게 사는 길’, ‘거룩하게 사는 길’, ‘자비롭게 사는 길은 결국,  마음을 새롭게 하여 주님을 사랑하고, 자주 주님께 미사에 참례하여 찬미와 영광을 올려 드리고, 자주 기도를 봉헌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내게 잘못한 이들을 용서하며,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주님께서 일러주신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전해주며,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이 주님을 따르는 길입니다.


아파서 누워 있을 때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직 몸 성해서 걸어 다닐 수 있을 때는 미사도 참례하고 기도도 하러 오고, 어려운 이웃도 방문하고 도와줄 수 있겠지만, 누워서 꼼짝하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합니까? 어떤 분들은 아파서 누워있게 되면, 누워서 기도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기도를 많이 하던 분들은 아파서 누워있을 때도 기도합니다. 그런데 평소에 기도를 잘 안 하시던 분들은 아파서 누워있을 때 기도를 많이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때 어떤 분들을 뵈면 아파 죽겠는데 어떻게 기도가 되어야죠. 몸이 힘드니까 기도도 안 되요.”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도를 많이 하면, 얼굴이 환해집니다.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주 하느님을 만나고 내려왔을 때, 그 모습이 환하게 변화되었다고 합니다. “모세는 시나이 산에서 내려왔다. 산에서 내려올 때 모세의 손에는 증언판 두 개가 들려 있었다. 모세는 주님과 함께 말씀을 나누어 자기 얼굴의 살갗이 빛나게 되었으나, 그것을 알지 못하였다. 아론과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이 모세를 보니, 그 얼굴의 살갗이 빛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에게 가까이 가기를 두려워하였다.”(탈출 34,19-20) 실제로 기도 중에 자주 주 하느님을 만나 뵈옵게 되면, 얼굴이 변화됩니다.


예전에 첫 보좌 신부 생활을 할 때, 어떤 할머니를 뵈었는데, 그 할머니가 환자 봉성체의 마지막 순번이었습니다. 아침 830분부터 봉성체를 하고 돌다가 거의 한 430분경이 되어서 그 할머니의 작은 골방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 할머니는 저를 보면 언제나 밝게 웃으시며 반기셨습니다. 특별히 영성체를 모실 때 그 할머니는 얼굴이 정말 주름살 하나 없이 환하게 변화되어, 기쁘고 감사한 모습으로 성체를 모십니다. 그 모습을 뵈올 때면 오히려 제가 하루의 피로를 다 잊게 될 뿐만 아니라, 참 조심스럽고 경건하게 됩니다. 그 할머니의 얼굴을 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시죠?


늘 주 예수님을 모시려고, 성당에 오시고, 미사에 참례하면서, 영성체를 하시죠?


늘 주 예수님을 만나 뵈옵기 위해 성당에 오셔서 기도하시죠?


여러분도 모세처럼 여러분 자신은 모르시지만, 여러분을 바라보는 주위의 사람들은 여러분이 기도하고 오시는지, 친구 만나서 재미있게 놀고 오시는지, 싸우고 오시는지 다 알 것입니다.


거룩한 모습이란 보톡스를 맞은 얼굴도 아니고, 화장을 잘 한 얼굴도 아닙니다. 거룩한 모습은 예쁘고 아름답고 흠없는 모습이 아닙니다. 거룩한 모습은 마음으로 주 하느님을 섬기고, 그 분을 모시기에 경건하게 변화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듯이, 어려운 형제 자매들을 위해 희생하는 주름살 가득한 모습입니다.


 


노인의 날을 보내며, 여러분께 이 말을 드리며 저 스스로도 다짐합니다.


자주 기도하십시오. 모세처럼 주 하느님을 만나 얼굴이 변화될 정도로.


자주 사랑하십시오. 여러분의 얼굴이 거룩하신 어머니 마리아처럼 변화될 때까지.


주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거룩해지라고 부르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다 거룩하게 살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


우리 다 같이 늙어가면서 가식적이거나 인위적이 아닌, 진심으로 진실로 거룩해 집시다.


 


,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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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7주일 꽃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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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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