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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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19-11-07 ㅣ No.4038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11/8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쉽게 수긍이 가지 않습니다. 잘못한 사람을 지적하고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셔야 할 것 같은데, 거꾸로 잘못한 사람이 저 먹고살기 위해서 더 큰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오히려 칭찬을 하십니다.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서는 무슨 일을 해도 허용하신다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자못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어떤 부자가 집사를 두었는데, 이 집사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불러 말하였다. ‘자네 소문이 들리는데 무슨 소린가? 집사 일을 청산하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루카 16,1-2) 부자는 잘못을 저지른 집사에 대해 경고하고 해고를 명합니다. 그러자 집사는 자기가 먹고 살 길을 찾기 위해 더 큰 죄를 지어 위기를 모면하려고 합니다. “주인이 내게서 집사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니 어떻게 하지?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3-4) 그러고는 사람들에게 이른바 다운계약서를 써주며, 그 차액을 자신의 미래를 위해 빼돌립니다. 그런데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합니다. 이유는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6)라고 합니다. 그러시고는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8)라고 덧붙이십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예상하는 윤리적인 판단과 지침과는 사뭇 다릅니다. 주님께서 굳이 이 비유를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이유는 우리 삶의 윤리적인 판단까지 가져오지는 않아도, 인생이 그저 그렇다는, 이른바 이런 일도 있다는 이야기를 특별한 의미 없이 전해주시는 듯합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주님 앞에는 그저 착하고 성실한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오늘을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시는 관용과 위안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한 번 잘못했다고 해서 꼭 죽을 죄를 지은 것처럼 더 이상 아무 것도 못 하게 하고 매장하기보다는, 마치 장발장을 바라보는 것처럼 비록 잘못을 저지르긴 했어도, 살기 위해 저지른 사람의 행위를 묵인해 주고 인정해주시는 커다란 자비마저 느낍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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