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기죽이기 싫어 스키가는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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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 [imsonja] 쪽지 캡슐

2001-02-08 ㅣ No.1174

저는 양천구 목5동 성당 신자입니다.

다른 성당도 다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희 성당 주보에 고3학생들 졸업여행으로 스키여행을 가기로 했으니 10만원씩 내라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스키여행 가는데 10만원이 비싼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10만원이 큰 돈인 우리의 이웃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IMF는 끝나지 않았고 경제적 고통으로 신음하는 우리의 이웃들이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신부님께 그게 과소비냐, 그게 사치냐, 우리 보다 못한 성당도 아이들 기죽이기 싫어서 스키여행 보낸다라는 반론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목5동 성당은 경제적으로 왠만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그것이 별 것 아닌 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돈이 없어, 가고 싶어도 못가는 친구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가 될 지를 우리는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성당’이기 때문에. 한마리의 길 잃은 양을 돌보아 주셨던 주님을 믿는 교회이기 때문에.

 

첫영성체를 받으면서 교육비로 4만원을 내야합니다. 그리고 첫영성체를 받을 때는 드레스나 와이셔츠 그리고 검은 구두를 준비해야 합니다. 돈 없는 집 아이는 첫영성체 교육을 어떻게 받을 수 있겠습니까. 보통 한아이가 목5동 성당에서 첫영성체를 받으려면 교육비에 옷값에 감사헌금에 10만원 이상이 듭니다. 물론 신부님은 그러시죠. 형편이 안되는 아이는 안내도 된다고. 하지만 어떤 아이가 자존심 굽혀가면서, 기죽어 가면서 그렇게 첫영성체 교육을 받으려 하겠습니까. 또 신부님은 그러시죠. 언제 우리가 드레스나 와이셔츠를 강요했냐고.

하지만 강제성을 띈 말만이 강요가 아닙니다. 단지 권유의 말도 상황에 따라서, 장소에 따라서 어쩔 수 없는 말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성당은 누구에게나, 돈이 있거나 없거나, 잘났거나 못났거나 그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성당마저도 있는 자의 몫으로 남는다면, 그렇다면 우리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은 어디입니까.

 

끝으로 저희 아이가 주일학교를 등록하려고 하니 등록금으로 2만원을 내라고 하더군요.

정말 돈 없으면 성당에도 못 다니겠습니다.

 

그렇지않아도 우리를 슬프게 하고 힘겹게 하는 것이 많은 세상인데........

성당에서만큼은 세상 걱정 떨쳐버리고 하느님의 품안에서 잠시동안의 평안을 누릴 수는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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