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10월 1일(금) - 4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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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10-08 ㅣ No.180

 10월 1일(금)

 

  10:30 - 교육대책위와 전국대학생협의회 소속 학생들이 단식농성에 돌입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했다. 언제나처럼 언론사들은 이들을 발표에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이 모습을 보며, "언론도 상업성이 강하기 때문에 진실의 여부를 떠나 얼마나 상품성이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라는 자조석인 한 마디가 왠지 가슴에 남는다. "단식농성에 돌입하며"라는 제목의 회견문 요약은 다음과 같다.

 

  1. 김대중정권의 반민족적, 반민중적 교육정책은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2. 전국대학 단식농성을 통해 현 정권의 도덕성을 묻겠다.

  3. 10월 8,9일 전국대학생의 동맹휴업, 총궐기, 국민대회 투쟁으로 정권을   

     심판하겠다.

 

  이들의 주된 주장은 "등록금 삭감, 국가교육재정확충, 국공립대 민영화 저지, BK21 전면 백지화, 임시교원 양성소 철폐"이다.

 

  14:30 - 삼청피해대책위원회의 할아버지께서 또 방문하셨다.

그간의 여러사정들을 설명하며 천막을 치게 해 달라고 말씀하신다. 한총련과의 약속도 있었고 해서(9월 30일자 참조) 그 설명을 드렸다. 잘 알겠다고 말한 후, 천막으로 내려 가셨다.30-40분 후, 한총련 대표가 급히 찾는다. 삼청피해자 대책위 할아버지께서 막무가내로 나가라고 하니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건 또 왠 일인가! 잘 지내라고 신신당부도 했는데... 천막으로 가보니 할아버지께서 역정을 내신다. 다 처진 프랜카드를 보고 화가 나신것이다. 문패를 똑바로 달아달라는 것이다. 여기는 우리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천막 안으로 한총련 대표 학생과 영감님을 불러들여 "영감님께는 손주같은 학생이니 잘 보듬어 주시라고" 당부하고, 학생에게는 "몸도 성치 않으신 할아버지께 공손하게 대하고 잘 돌보아 드리라고" 당부하자 잠잠해 졌다. 왜들 이러나 어려운 처지에서 서로돕고 지내야지, 원 참!!!!!!!!

간간이 서로의 시간대를 조종하여 학생들 3개 단체가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는 선전전을 하고, 밤이면 평가회의를 하는 모습이 보이며 비교적 평온한 모습을 보인다.

 

 10월 2일(토)

 

  가을이 오면서 성당에서는 평일에도 혼배미사(결혼식)가 많아졌고, 토요일은 11:00부터 16:00까지 시간별로 있어 여간 복잡하지가 않다. 이럴때면 늘 걱정이다. 일생의 한번뿐인 결혼식이 기쁘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혹시 농성과 시위로 불편하면 어떻하나 하는 생각때문이다.

 

  오늘도 대규모 시위가 있을 예정이기에 어느때 보다도 더 신경이 쓰여진다. 다행히 혼배미사가 다 끝났는데도 시위대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18:00와 19:00에는 성당미사가 있는데, 모두 끝날 때까지는 그래도 안심을 못한다.

 

  예상했던 대로 18:30경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필두로 3,000여명의 시위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국가보안법철폐"를 외치며 질서 정연하게 언덕을 오르고 있다. 정리집회를 마치고 촛불행진을 위해 YWCA앞까지 진출했지만 전경들이 겹겹이 진을치고 이들의 행열을 막고 서 있다. 또 대치상태가 이루어졌다. 지난번 의경복으로 5개 중대만 대치를 했던 상태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중무장을 한 8개 중대가 곳곳을 통재하고 있다. 한참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협상이 거듭되면서 합의점을 찾아 로얄호텔까지 행진을 하고 자진 철수하기로 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서서히 대열은 움직였고, 전경들도 질서정연하게 옆으로 길을 터 주었다. 또한 약속한 대로 로얄호텔 앞에서 양측 모두 자진철수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불평소리와 항의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시위대도 경찰도 이제는 시민들을 생각하면서 대치를 하고 더 이상의 불편들을 초래하지 않는 방법을 강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21:00경 사제단은 해산하고, 학생들만 남아 정리집회를 하고 있다. 22:30경 학생들도 정리집회를 마치고 해산했다.

 

 10월 3일(주일) - 4일(월)

 

  조용히 선전전만 있었던 이틀이었다. 다만 4일(월)에 "국가보안법철폐"를 위한 전국협의회가 새로 천막에 입주했다. 이 단체는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9월 30일로 국가보안법철폐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을 접으며, 그 뜻을 계속 이어갈 협의체이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삭발단식농성이 시작된 이후, 이곳 성당언덕은 삭발 단식농성이 유행을 타고 있다. 3개 대학생 단체(한총련, 교육대책위, 전학협)와 국보철협 등도 삭발 단식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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