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나는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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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2-01-29 ㅣ No.1490

 

 

2002, 1, 29 연중 제3주간 화요일 복음 묵상

 

 

마르코 3,31-35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이냐?)

 

이윽고 예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왔는데, 그들은 밖에 서서 그분을 불러내려고 누군가를 들여보냈다. 예수 주위에 군중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이 예수께 "보십시오. 선생님의 어머님과 형제분들(과  자매님들)이 밖에서 찾으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여 "누가 내 어머니며 내 형제들입니까?" 하셨다. 그리고 당신 주위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돌아보시며 말씀하셨다. "보시오, (이들이) 내 어머니요 내 형제들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행하는 사람이야말로 내게는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입니다."

 

 

<묵상>

 

어제 밤에 선배 신부님의 갑작스런 전화를 받고 면담 고해 성사를 주러 마리스타 교육관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처음 전화를 받는 순간, 공부 해야 할 것이 밀려있던 저는 순간적으로 갈등을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신부님들을 찾아보고 안되면 다시 전화를 해달라고 말했지요. 예상했던 대로 다시 저에게 전화가 왔고, 어쩔수없이(?) 고해성사를 주러 가게 되었습니다.

 

전철 안에서 묵주기도를 하면서도 ’내가 왜 이럴까? 신부가 이래도 되는가?’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고해성사 주는 시간 2시간 정도, 왔다 갔다 차안에서 보내는 시간 1시간 반 정도... 그시간 만큼 잠을 줄이면 될텐데, 공부가 뭔지...

 

고해성사를 주러 가서, 역시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모처럼 몇몇 신부님들을 반갑게 만나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들을 만난 것도 좋았지만, 고해성사를 주면서 주님의 길을 함께 걷는 주일학교 교사들과의 만남이 더욱 좋았지요.

 

캄캄한 방에 놓여진 자그마한 탁자, 그 위에 십자가와 촛불 한개. 십자가와 촛불을 사이에 놓고 우리는 마주했지요. 평생 처음 만난 사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 지 모르는 사이(설사 나중에 만난다 하더라도 전혀 기억을 못 할 겁니다), 이름도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사이, 그러나 적어도 성사 안에서 우리는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운 벗이었습니다.

 

눈물과 웃음, 좌절과 희망, 슬픔과 기쁨이 녹아나는 아름다운 만남. 분명 주님께서 고해 사제인 저와 고해자인 선생님들 사이에 함께 계셨지요. 주님께서 맺어주신 값진 인연,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의 만남과 헤어짐, 그러나 따뜻한 마음, 주님 안에 함께 하는 기쁨, 주님의 길을 함께 걷는 든든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밤 1시 30분,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면서 끝기도를 바쳤습니다. 잠시 동안이나마 형제 자매 벗들 보다 내게 주어진 일에 머물렀던 것을 반성했지요. 그리고 따뜻한 만남을 가지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렸답니다.

 

본당 사목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유학을 준비하는 사제로서, 왠지 홀로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젖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회의가 들 때도 있고.... 그러나 저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벗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길을 함께 걷는 사랑하는 형제 자매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벗들을 생각하며 힘을 얻어, 장차 주님의 쓸만한 도구가 되기 위하여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렵니다. 사랑합니다.

 

* 오늘 하루 벗님들께서 함께 하시는 다른 이들을 떠올려보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특별히 같은 믿음 안에서 한 길을 걷고 있는 주님 안의 벗들을 말이지요. 오늘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따뜻하고 환한 하루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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