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동약현성당 게시판

아~아 고마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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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3-05-15 ㅣ No.1380

초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봄이라고 기억이 되니 학년이 시작된지 얼마 안되었나 봅니다. 아니면 요즘 같은 오월이었을지도 모르지요.

수업이 끝날 즈음에 선생님께서 저와 다른 애를 일으켜 세우시더니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기분이 참 좋더군요. 뭐때문에 칭찬을 받았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70명 정도 되는 반 아이들 앞에서 칭찬받고 우쭐한 마음이 드는 것은 꼭 어린 마음이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세상에 칭찬받으면서 기분 나쁜 사람이 있을까요?

 

그 다음날이었습니다. 어떤 어머니가 오셔서 교실밖에서 선생님께 흰 봉투 하나를 주시더군요. 저는 우연히 그 장면을 보면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편지를 쓰셨나보다 정도로 생각을 했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날 즈음에 선생님께서는 아까 오셨던 어머니의 아이를 어제 저처럼 일으켜 세우셔서는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어제 저보다 훨씬 후한 칭찬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우리 어머니도 어제 선생님을 찾아왔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저는 어머니의 선생님과의 만남과 선생님의 칭찬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어떤 면에서 불행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에게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있었어도 뒤따라야 하는 스승은 없었습니다. 훗날 신학교에 들어가 교수 신부님들 중 정말 스승으로서 훌륭한 분들을 만나기까지 제게 학교는 그저 사회적 관습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곳일뿐 인생을 배우는 곳은 되지 못했고,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도 역시 갖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이제 더 나이가 들어 그분들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속에 있는 스승의 모습에 그분들이 다시 자리를 차지하게 되지는 못하더군요. 그래도 스승의 날에 그분들을 모두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특히 스승이 어떤 분인지 보여주신 신학교의 교수신부님들께 더욱 그런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한 분이신 스승 예수 그리스도께 또 모자란 저를 이끌어 주심에 그리고 받아주심에 말없이 기다려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스승의 날에 모든 이들이 참된 스승의 따뜻함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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