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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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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jbap] 쪽지 캡슐

2003-03-13 ㅣ No.1038

굽이 돌아가는 길

 

                                       박노해 님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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