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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마지막까지 슈퍼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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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5-04-09 ㅣ No.128

[세계일보 2005-04-08 22:42]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한 지난 2일부터 장례미사가 엄수된 8일까지 바티칸시티를 찾은 추모객이 400만명을 넘어섰다.

 

이탈리아 전국과 교황의 고국인 폴란드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국적과 민족, 나이와 성별, 종교를 초월한 참배객들이 6일 동안 성 베드로 광장과 그 앞길 비아델라 콘칠리아치오네 거리를 뒤덮었다.

 

이날 장례미사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세계의 ‘악의 축’으로 지목한 이란의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이스라엘 모셰 카차브 대통령과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와 짐바브웨 무가베 대통령 등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국가의 정상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뿐 아니라 수백만명의 참배객들을 한자리에 끌어모은 교황의 불가사의한 위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교황 선종 이튿날인 3일 오전부터 장례미사가 치러진 이날까지 참배객들의 ‘인파의 해일’을 목격하면서 줄곧 느껴온 의문이었다.

 

특히 노년세대와 대화나 접촉을 기피하기 일쑤인 젊은 세대의 애도 물결을 보면서 교황은 이들에게도 분명 ‘위대한 슈퍼스타’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10대들은 일반 참배 때 단 몇초간의 시신 알현을 위해 무려 8시간이 넘는 긴 기다림에도 지치지 않고 팝송과 찬송가를 끊임없이 불렀다. 그들에게는 교황의 선종은 잠시의 작별로 생각하는 듯했다.

 

이같이 세계적인 거물 정치인과 청소년 세대와 노인들을 하나로 묶어 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랑을 전파하고 평화를 갈구해온 생전에 펼쳤던 교황의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종교와 인종 간의 증오와 투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육신을 조여오는 병마의 고통을 참으며 선종 직전까지 초인적인 노력을 쏟아 자신을 소진시킨 교황은 나이와 종족과 이념과 국적을 막론하고 전 세계에 용서와 화해를 심으며 ‘평화와 사랑의 전도사’로 자리매김해 왔다.

 

2000여년 전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던’ 것처럼 교황의 장례미사가 치러진 지금 세계의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고 있다. 세기의 거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위대한 업적 때문일 것이다.

 

장례미사에 참석한 젊은이들은 교황의 시신이 지하 묘소에 안치되기 위해 운구되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가 천국에서 부디 영면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박수로 떠나 보냈다.

 

이들은 ‘위대한 스타’를 잃은 허전한 마음을 녹여주고 따뜻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계속 전달해 줄 수 있는 훌륭한 교황이 또 탄생하기를 기원하면서 거대한 성 베드로 광장을 좀처럼 떠나지 못했다.

 

바티칸시티=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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