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세상안의 교회 그러나, 안타까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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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범신부 [antonius] 쪽지 캡슐

1999-04-22 ㅣ No.6

농성중인 명동성당.

이곳이 성당인지 아니면 공터에 천막을 친건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매일 만나는 엄청나게 많은 기자들.

또, 여기 저기서 보이는 경찰들.

그리고, 자신들의 주장을 위해 모여있는 많은 사람들.

성당에 미사 드리러 혹은 활동때문에 오는 신자들 보다는 그들이 훨씬 많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유로 성당이 언제나 이렇게 북적북적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제는 1지구 청년회와 이번 토요일에 있을 지구 청년 미사를 위한 마지막 준비 모임을 가졌다. 이번 미사는 제1테마로 레지오 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는데 그래서 이 아름다운 계절에 성모동산에서 야외 미사를 계획했는데 지금 성모동산은 이미 캠프장이나  M.T.장 같은 느낌이다.

거기서 미사를 할 수 있을런지.

또한 토요일에는 6대의 혼인 미사도 있는데....

그들에게는 일생일대에 아주 중요한 일일텐데.....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저 그 전에 이 일들이 수습되기를 희망해 본다.

 

모든이들이 다수가 중요하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소수를 희생해서는 안된다고들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늘 소수에만 속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위해서 다른이들의 희생은 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논리는 어디에서 나오게 된 걸까?

 

오늘도 성당 마당을 바라본다. 신부인 나도 성당 한바퀴 돌기가 싫다.

그들과 부딪히는 것도 질렸고, 성당마당이 그렇게 되어가는것도 그렇고.

이곳 신부로서 신자들에게 참으로 미안하다.

혼자 생각해본다.

18일 주일에 막무가내로 교회의 이야기 듣지도 않고 천막 가설때부터 여러가지 마찰이 생길때 아주 비약한다면, 정말 아주 비약한다면, 그들이 성당 안에만 안 들어갔고, 사제관에서 우리만 안 쫒겨났지 이건 성당이 점령당한것은 아닌지......

 

명동 성당의 봄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래서 지역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신자건 신자가 아니건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산책도 하고 자주 와서 앉아서 쉬다 가기도한다.

그런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와보였는데 이젠 그런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나름대로 그들을 위해 무언가 준비하고 있었던 일들도 다 수포로 돌아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된다.

 

성당의 모습이 더 아름다워지길 기대하며......

 

명동 사제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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