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월요일 아침의 부끄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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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0-07-03 ㅣ No.1395

월요일 아침은 바쁘다.

오늘 아침 출근 길이었다.

국철을 타려고 황급히 청량리 역 앞의 횡단 보도를 막 건너 고개를 들었을때 나는 길에 나앉은 한 단발머리 소녀를 보았다.

소녀는 셔터가 내려진 가게 앞의 보도에 털썩 앉아 있었다.

 반 바지에 티샤쓰, 그리고 무료한 표정으로 밤새 모기에 물린듯 팔에 침을 바르고 있었다.  "아니 이 시간에 웬 여자 아이가... 학교도 가지 않고...혹시 가출한 아이 아닐까"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밤새 어디서 지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머리 속에서는 "해 뜬지 한참이나 됐는데 너 아침이나 먹었니? 이 시간에 왜 길에 혼자 있어?"이런 질문이 연속적으로 던져졌다. 그러나  끝내 질문 한마디 못했다.

 9시까지 출근 해야 한다는 생각과 그녀를 쉼터까지 찾아가 연결시켜 주려면 오전에는 출근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신속히 머리속을 스치며 발길을 재촉케 했다.

그러나 출근해서도 한참동안이나 나는 그 소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아이들의 가출이 늘어난다.

여름철에는 밖에서 대강 잠 잘 수 있으니까 아이들은 어느 계절보다 더 쉽게  가정이라는 둥지를  빠져 나간다.  가출을 하는 아이들중에는 갈매기 조나단처럼 무언가 추구하며  나오는 추구형 가출이 있나하면  가정을 지긋지긋해 하며 나오는 탈출형 가출,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무턱댄 가출이 있다고 한다.

  그 아이는 왜 그 시간에 거기 혼자 있었을까. 무엇을 추구해 바깥 세상에 마음을 빼앗겨 나왔을까. 전화 요금 많이 나왔다고 꾸중하는 부모님에게 반발해서 욱하는 충동으로 뛰쳐 나왔을까.

학기말 시험 공부하다  내 인생에 쓸모 없는 이따위 공부 왜 해, 하고 가출했을까?...  그 아이는 무엇을 찾아 나왔을까? 이런 생각이 내내 머리속에 맴돌며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선뜻 그 아이에게 다가가 물어보고  손을 잡아 줄 수 없었음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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