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오늘 오후 명동성당의 모습과 백남용신부님의 글

인쇄

최금활 [happyhour] 쪽지 캡슐

2000-12-22 ㅣ No.588

이런 불행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외적으로는 아무런 대책도 세울 수 없는 무기력감 때문에 많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넷티즌 여러분께서 고통을 함께 나누어 주셔서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또 이런 기회 때문에 사이버 공간에 들어와 보는 기회도 갖었습니다.

 

아침에 농성을 풀고 철수를 했습니다. 노조측의 약속으로는 모든 쓰레기를 정리하고 소변으로

 

악취가 나는 모든 흔적 들은 깨끗하게 물청소를 해 주겠노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 마당에 나가 보니 우리 신자들이 청소를 하고 있고 빈약한 청소 장비만 꾸물거리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청소 대행 업체에다 의뢰를 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대행 업체들은 시간이 급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천천히 하고 있고 성당 마당은

 

전쟁이 지나간 폐허처럼 쓰레기들이 온통 날라다니고 있겠지요. 보다 못한 신자들이 청소를

 

하려고 나섰습니다. 그렇게 어질러놓고 화려한 구호를 외치던 훌륭한 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농성의 정당성을 강변하거나 변론하던 분들을 다 어디로 갔을까요? 남편이 안하면

 

나라도 가서 씻겠다고 절규하던 분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요? 그 모든 것이 청소 대행 업

 

체에게 지불한 몇푼의 돈으로 대신 될 수 있을까요? 가슴이 아플 따름입니다.

 

이런 불행한 일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동 성당을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의 애정과 기도의 지원이 절대로 필요합니다.

 

 이 곳에 우리가 애착을 갖는 것은 신앙의 성지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나머지는

 

부차적입니다. 어떤 분의 발언처럼 이 곳이 비록 금으로 뒤집어 씌운 집은 아닙니다만  

 

단순한 생활 공간은 절대로 아닙니다. 귀한 하느님께서 거처하시는 성전이요, 순교자들의

 

묘역이며, 한국 교회의 상징적인 대표 교회입니다. 저도 관리 책임자로서 이 성전을 거룩하게

 

보존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원에 감사드리며, 누구 보다도

 

이번 사태의 성당측 대표 창구 역할을 하느라고 무진 맘 고생을 하신 김 성만(안드레아) 부주임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함께 고생해주신 보좌신부님들과 성당의 직원 여러분들, 그리고

 

밤새워 성당을 지키느라고 고생만 하셨던  사목회및 장년 단체원들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또 오며 가며 맘 아파하셨던 모든 교우 여러분과 뜻있으신 분들, 참으로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성탄하시는 아기 예수님의 강복이 풍성히 내리기를 기도합니다.

 

  Merry Christmas & a happy Nes Year!



37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