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성당 게시판

신부님의 가정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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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원 [csw1955] 쪽지 캡슐

2001-06-26 ㅣ No.1007

요즈음 신부님들이 가정방문을 다니십니다. 아마 저희 구역은 가을이 되어야 되겠지요.

갑자기 집안의 성물들을 살펴보기 시작해야 될것 같네요.

6,7년전일거예요. 그때도 신부님께서 가정방문을 하실때 였지요. 저희집은 남편만 신자가 아니였고 시부모님,아이들 모두 신자인 가정이였어요. 전 주일만 왔다갔다하는 신자였고,미사시간에도 신부님의 강론이 지루해서 몸을 비비꼬며 다른 생각으로 머리속은 꽉 차있을때이지요. 막상 신부님이 오늘 오신다고 하니까 집안도 청소를 했죠. 근데 우리집 거실에는 멋있고 큰 십자가 고상이 없었어요. 이미 신부님은 우리윗집에 계시는 중이였구요.

할수없어서 아이들 첫영성체때 성당에서 받은 10센티미터 정도되는 작고 초라한 십자가를 놓았지요. 그제서야 저는 갈등을 느끼며 신부님에게 망신만 당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우리집에 신부님이 오시지 않으셨으면 했지요. 그러나 이미 신부님은 우리 집에 성큼성큼 들어오시더니,거실 중앙으로 오셔서 십자가 고상을 두리번 두리번 찾으시는거예요. 그러더니 저에게 십자가고상이 어디 있냐고 하시길래,망설이면서 ’여기요’하면서 아주 작고 볼품없는 십자가상을 가리켰지요. 신부님은 잠시 주춤하시더니 ’제가 눈이 좀 나빠서요. 괜찮아요.’하시더니 저희가정을 위해 기도해주시고는 성큼성큼 다른집을 향해 나가셨습니다.

그때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습니다. 오세만 바오로 신부님의 소탈한 성격에 너무 감사했지요. 그후 제남편도 영세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항상 오세만 바오로 신부님을 잊을수가 없어요. 그후 저는 십자가를 조금 큰걸(30센티미터정도)로 다시 샀지만, 거실벽에 거는십자가상은 아니예요.그런데 다시 신부님의 가정방문이 시작되었으니(이젠 신부님과도 안면이 좀 있으니) 은근히 지금부터 걱정이 되면서 새로 십자가 고상을 큰걸로 구입해야하나 하는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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