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낡은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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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규 [true21] 쪽지 캡슐

2000-05-16 ㅣ No.5364

낡은 구두

 

                        이해인

 

 

내가 걸어다닌 수많은 장소를

그는 알고 있겠지

내가 만나 본 수많은 이들의 모습도

아마 기억하고 있겠지

 

나의 말과 행동을 지켜 보던 그는

내가 쓴 시간의 증인

비스듬히 닳아 버린 뒤축처럼

고르지 못해 부끄럽던 나의 날들도

그는 알고 있겠지

 

언제나 편안하고 참을성 많던

한켤레의 낡은 구두

이제는 더 신을 수 없게 되었어도

선뜻 내다 버릴 수가 없다

 

몇 년 동안 나와 함께 다니며

슬픔에도 기쁨에도 정들었던 친구

묵묵히 나의 삶을 받쳐 준

고마운 그를

 

 

제가 참 좋아하는 시입니다.

가끔 제 신발을 볼때 이 시가 생각납니다.

여러분은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셨나요 ...

우리들의 오늘에 대해서 우리의 것들은 무엇을 말할까요.

주님을 조금 더 꽉 껴안고 살고싶은 요즘의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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