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종교는 문화적현상이다 |
---|
구약성서 신명기14장 8절에 보면 하느님께서 먹지 못하게 하시는 음식리스트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돼지고기이다. 그리고 비늘없는 생선도 먹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유태인들은 지금까지 돼지고기를 안먹는다. 기독교 계통의 신흥종교들 중에는 이 귀절 때문에 지금도 돼지고기를 못먹게 하는 곳도 있다. 이슬람교에서도 돼지고기는 금기 음식이다. 그러나 요즘은 왜 유대인들과 아랍인들에게 돼지고기를 못먹게 했는지 그 이유를 지리적 환경적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물이 귀한 곳에서 기르는데 많은 물이 필요하고 사람과 비슷한 것을 먹는 돼지보다는 풀을 먹고 우유와 가죽등 다른 유용한 것을 생산하는 소와 양이 훨씬 더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돼지 대신에 소와 양을 기르게 해야 하는데 고기는 돼지가 더 맛있으므로 돼지를 금기하기 위해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먹지 못하게 하였던 것이다.
신명기의 또 다른 대목에서 형이 자식이 없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를 아내로 맞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대목을 들어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 당시의 사회현상을 잘못알고 하는 말이다. 그 당시 여자는 아무 재산도 소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편을 사별하면 당장 굶어죽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남편을 여윈 여자들을 사회복지 차원에서 동생이 거둬들이게 하였던 것이다. 이슬람교에서 부인을 네명까지 둘 수 있게한 것도 음란한 종교라서가 아니고 과부들을 구제하기 위한 차원인 것이다.
초기 역사시대에는 제정일치 사회였다. 종교와 정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하나였다. 그래서 종교의 계율이 곧 정치적 사회적인 법률이었던 것이다. 출애급기, 레위기, 신명기 등을 보면 그 당시 이스라엘인들의 일상생활에 관하여 세세한 규정이 나온다. 그래서 경전만 있으면 다른 법률이 필요없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종교는 그 종교가 발생할 당시의 사회적 문화적 환경을 총체적으로 반영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문화적 환경이 전혀 다른 곳으로 옮겨 갈 경우에는 그 종교의 계율도 변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조선시대에 유대교의 계율을 적용하여 돼지는 먹지말고 소나 양을 먹으라 하면 굉장히 곤란해 질 것이다. 소는 농사 짓는데 꼭 필요한 동물이라서 함부로 잡아 먹을 수도 없고 양을 기르자니 숲속을 쫓아 다니면서 먹일 일손이 부족하다. 그래서 농가에서 먹던 음식찌꺼기를 먹이면서 부담없이 잡아 먹을 수 있는 돼지가 편한데 돼지를 못먹게하면 굉장히 난처해 질 것이다. 그리고 요즘 같은 때에 형수를 데리고 살라고하면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천주교가 우리나라에서 박해를 받게된 단초가 된 윤지충사건도 사실은 문화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모를 공경하라고 가르치는 천주교가 조상의 위패에 절하는 조선의 문화적인 관습을 이해하지 못한 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순교를 하였다.
종교는 그 시대의 문화적인 종합현상이라고 봐야한다. 그래서 다른 문화적환경으로 가면 그 바뀐 환경에 따라 모습이 달라져야한다. 인도불교와 중국의 불교 한국의 불교 일본의 불교가 각기 다른 모습이 될 수 밖에 없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종교가 바뀐 환경에 적응하자면 토착화라는 과정을 거쳐야 생명력을 유지하고 살아 남을 수 있다.
그런데 문화라는 것은 멈춰있지 않고 늘 변하고 있다. 같은 시대 같은 땅에서도 세대간에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지금의 세계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신없을 정도로 바쁘게 변하고 있다. 요즘의 젊은이들의 삶의 양태도 나이먹은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 갈 수 없을 정도로 바뀌고 있다. 문화가 바뀌고 있으면 당연히 종교도 바뀌어야 한다. 종교에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절대로 바뀌면 안되는 부분이있고 바뀌어도 되는 부분도 있고 변하는 환경에 따라서 꼭 바뀌어야하는 부분도 있다. 기본적인 정신은 바뀌면 안되겠지만 예절이나 형식은 변하는 환경에 따라 변해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교회가 정신없이 바뀌어 가는 사회에 뒤쳐지지 않고 적응해 가고 있는지 한번 점검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