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성당 게시판

퍼온글입니다. 새롭게 구성된 청년회장단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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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숙 [seouli] 쪽지 캡슐

2000-12-11 ㅣ No.1450

"눈 감아라 눈 감아라" - 김용택 산문집 中에서...  

 

 

 

 

 

집에 석유보일러가 고장이 난 모양이다. 펑 하고 돌다가 갑자기 피시시 꺼져버리곤 했다. 보일러 시공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에야’가 찬 모양이란다. 어디어디를 눌러보고 다시 전원을 넣어보란다. 시키는 대로 해보면 핑 하고 터졌다가는 피시시 그쳐버리곤 했다.

 

 

 

다시 전화를 했다. 시공자가 왔다. 다짜고짜 ’에야’가 찼다며 ’에야’를 빼내기 위해 물을 먼저 빼내야 된다며 호스를 가져오란다. 호스를 어디에 끼우니 뜨건 물이 호스를 따라 나와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마당에 퍼지는 것이었다. 이때 어머니께서 재빨리 마당에 나오시더니 마당에 퍼지는 뜨건 물 가까이에 이렇게 조용조용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눈 감아라. 눈 감아라."

 

 

 

나는 그 모습이 너무도 엄숙하고 진지하여 그저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다가 그 말씀이 끝나자 어머니께 여쭈어보았다. 대충 짐작은 했지만 어머니의 말씀은 너무나 진지하였다.

 

뜨건 물이 땅에 스며들어 땅속의 벌레들 눈에 닿으면 눈이 먼다는 것이다. 그러니 벌레들에게 눈을 감으라고 일러준다는 것이다.

 

 

 

캄캄한 땅속의 벌레들의 눈.

 

 

 

어머니와 내 둘레 캄캄한 어둠속의 눈들이 반짝이며 별빛처럼 빛나는 것을 나는 보았다. 별빛 하나 다치치 않으련다. 별빛 하나 다치게 해선 안된다. 별빛처럼 빛나는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눈빛들에게 지금 우리는 "눈 감아라 눈 감아라"는 경고도 없이 뜨건 물을 마두 붓지 않는지.  

 

 

 

복음을 전한다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교회일을 하는 많은 분들께..

 

꼭 들려드리고 싶은 내용이었답니다.. ^^

 

함께 일을 하다보면 부딪히는 부분도 많고,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과 행동도

 

많이 하게 되지요.. 중요한건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캄캄한 땅속의 벌레들의 눈을 걱정하는 모습으로,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눈빛들이 다치지 않기를..

 

 

상계동본당에서 중고등부교감과 지구회장단을 맡았다가 이제 임기를 마치는 어떤 자매님의 글입니다.  신임회장단 여러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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