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인쇄

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0-06-24 ㅣ No.896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나해, 2000. 6. 25)

                                            제1독서 : 출애 24, 3 ∼ 8

                                            제2독서 : 히브 9, 11 ∼ 15

                                            복   음 : 마르 14, 12∼16. 22∼26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아주 불안

한 한 주간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배

반의 한 주간이었습니다.  어느 방송의 진행자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선생님

을 '선생님'이라고 부리지 않는 이들도 '선생님'이라고 불렀는데 이제 그 분들

이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어

떠한 이유이든지 인간의 목숨이 담보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도 언제

나 존중받아야 하고 우선 순위에 있어야 하는 인간 목숨이 담보가 되었다는

것은 인간 생명의 경시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런 한 주간

을 보내고 맞이하는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은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생각됩니다.

  "어느 겨울날, 한 농부가 추위로 꽁꽁 얼어붙어 있는 뱀을 발견했습니다.  

농부는 추위로 꽁꽁 얼어붙어 있는 뱀이 불쌍해서 땅에서 집어 올려 자신의

옷 속에 집어넣었습니다.  뱀은 농부의 따뜻한 가슴속에서 몸이 녹자 옛날의

본성이 되살아나 그만 농부의 몸을 깨물어서 농부를 죽여 버리고 말았습니

다.  농부는 자신이 죽어간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런 꼴을 당하는 것도 당연

한 일이지, 사악한 동물에게 불쌍한 마음을 느끼다니!'라고 신음하면서 중얼

거렸습니다."

이 농부는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음을 말합니다.  농부의 사랑하

는 마음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목숨을 잃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을 살려준 고마운 은인의 목숨을 빼앗은 뱀이 못된

놈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결국 농부의 죽음은 아무 의미도 없는 죽음이 되

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같은 죽음이면서도 의미를 갖는 것이 있습니다.  남을 위해 죽는

것, 벗을 위해 죽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과

계약을 맺을 때 동물의 피를 사용합니다.  희생 제물로 사용되는 동물의 죽

음은 사람을 위한 죽음으로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러나 제2독서 히브리인

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용서받기위해 염소나 송아지의

피를 사용하였지만 이제는 그리스도 자신의 피로써 우리는 구원을 얻게 되

며 하느님과 새로운 계약을 맺게 된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는 최후의 만찬상에서 "받아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이것은 나의 피다.  

많은 사람을 위하여 내가 흘리는 계약의 피다"라고 말씀하시며 당신의 몸과

피를 주십니다.  이는 빵과 포도주 안에 그리스도가 현존하고 있음을 말해줄

뿐 아니라, 계약과 희생이 포함되어 있음을 말해줍니다.  예수님은 구약의

모세처럼 하느님과 계약을 맺으셨지만, 수송아지의 피가 아니라 당신의 피로

맺으셨습니다.  그 피는 희생의 피입니다.  제자들이 마신 피는 인류를 위해

흘리시는 예수님의 피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께서 흘리시게 된 피를 "계약

의 피"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계약은 곧 지켜야 할 의무를 나타냅니

다.  그 의무는 바로 사랑의 의무입니다.  이 사랑의 의무는 우리가 삶 속에

서 주님의 길을 충실히 따름으로써 이행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스스로

사랑의 삶을 보여 주셨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우

리는 주님의 사랑을 늘 기억함으로써 성체성사의 삶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시간 속에 떠밀려 가듯 바쁘고 지친 삶 속에서도 내 존재의 의미, 그리고 삶

의 목적 등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사랑의 체험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이 사랑의 체험은 우리가 사랑하는데 기준이 됩니다.  우리에게 사

랑을 보여주시며 몸과 피를 내어 주신 예수님의 사랑이 우리가 사랑하는 기

준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성체성사적 삶의 시작입니다.  성체성사는 예수님

의 사랑을 체험한 이들이 그리스도의 현존을 깨닫고 같은 빵과 같은 잔을

나눔으로써 사랑과 구원의 공동체를 이루게 합니다.

 

  우리는 매일 봉헌하는 미사를 통해 그 비장했던 분위기의 최후 만찬을

'하나의 예식'으로 되풀이합니다.  즉,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다 내

놓으신 예수님을 기억합니다.  미사가 단순히 기억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도

예수님처럼 이웃과 하느님을 위해 우리의 모든 것을 내어놓겠다고 다짐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 합니다.  어느 새 미사는 그

리스도의 큰사랑을 느끼고 감격하는 자리가 아니라, 빠지면 고백성사를 봐야

하는 의무로 먼저 다가옵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있습니

다.  그것은 미사를 통해 우리는 자신을 내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우리도 내어주는 사랑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은 다른이에게 나를

강요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내어 주어야 합니다.  성체 성혈 대축일

을 지내면서 이번 한 주간 내어주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내어주는 삶을 삶으로써 우리가 있는 이곳이 사랑과 구원이 이루어지는 공

동체가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22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