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성당 게시판
그래도 나는 행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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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행복합니다-
가을바람이 시원한 청명한 하늘 아래 서 봅니다. 익어 가는 들녘은 한줄기 황금빛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가을 들판은 하느님의 섭리하심과 사람의 정성으로 가을 빛 곱게 물들며, 여물어 가고 있습니다.
가을빛 내린 풍요로운 들녘 곁으로 낯 익은 내 작은 밭 하나 보입니다. 그것은 폭풍이 지나 간 황량한 들판처럼 거둬드릴 무엇 하나 없습니다. 올해만의 모습이 아니라 지내 온 모든 가을처럼 그렇게 텅 비어 있습니다 . 그래서 더욱 서글퍼집니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웃에게도 미안하고, 또 하느님에게도 죄송할 뿐입니다.
서글픈 나는 그래도 나는 행복합니다. 텅 빈 내 작디 작은 밭 가운데서 예수님의 미소짓는 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설령 나의 죄와 부족함으로 영원히 하느님 곁에 함께 못하는 정말 슬픈 날이 온다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하느님을 사랑하고, 감사드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하느님께 합당한 기도는 못 드린다하더라도,
영혼의 양식 주시는 예수님께 내 몸, 내 영혼 모두 드릴 수 있는 오늘이 있기에 나는 너무 행복합니다.
내 가족과 이 세상 모든 이 기르시고자 육신의 양식 주시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 체험케 해주시는 하느님께 머리 숙이는 이 순간이 있기에 나는 정말 행복하기만 합니다.
설령 내 인생의 가을 들녘이 추수할 것 하나 없는 황량한 벌판이라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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