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부활 제6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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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5-19 ㅣ No.607

부활 제6주일(다해. 2001. 5. 20)

                                             제1독서 : 사도 15, 1∼2. 22∼29

                                             제2독서 : 묵시 21, 10∼14. 22∼23

                                             복   음 : 요한 14, 23 ∼ 29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저는 초등학교가 멀어서 버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일을 하시던 어머니는 가끔 학교로 오셔서 저와 같이 집에 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가 학교근처에서 불량배들에게 돈을 빼앗기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차비 마저 빼앗겨 빌려서 집에 와야 했습니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어서 집에는 말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불량배들이 무서워서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를 이상하게 여긴 어머니의 집요한 물음에 이유를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저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할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저와 집에 같이 가기 위해 학교에 오셨다가 제가 돈을 빼앗기는 것을 어머니께서 보셨습니다.  그 이후 벌어진 일은 그 불량배를 끝까지 쫓아가서 잡아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후 돈을 빼앗긴 적이 없었습니다.  아니 주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니께서 저를 보호해 주실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모든 부모님들은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도 아까워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언제나 함께 있다는 것을 아는 아이는 자신의 삶 속에서 언제나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세상의 위험도 당당히 이겨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누구보다도 평화롭습니다.

 

  오늘 복음은 떠나게 되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남게될 제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말씀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말을 잘 지킬 것이다.  아버지와 나는 그를 찾아가 그와 함께 살 것이다."  당신이 떠나시고 난 후 제자들은 분명 불안해 할 것입니다.  무서워 아무 일도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함께 살겠다고 말씀하십니다.  함께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 있게 다른 이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부모님께서 나의 든든한 후견인임을 알게된 아이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언제나 하느님의 사랑을 잊지 않고 사랑 속에서 살아가도록 도와줄 성령을 보내 주시겠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해주십니다.  성령은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시고,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기게 하며, 또한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초대교회는 신자들 사이의 의견 대립으로 분열될 위기를 맞이합니다.  구원이 율법에서 오느냐?  아니면 믿음에서 오느냐? 하는 중대한 위기에 초대교회는 분열의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이에 사도들은 예루살렘에서 회의를 하게되고 새롭게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는 이들에겐 율법의 멍에를 더 이상 지우지 말자고 결정하게 됩니다.  이로써 초대교회는 성령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발전될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우리의 구원은 유다인들에게나, 이방인들에게나 모두를 위한 것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는 오늘 복음에서 "성령 곧 그 협조자는 모든 것을 너희에게 가르쳐 주실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모두 되새기게 하여 주실 것이다"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믿는 이들 모두가 이러한 성령의 능력에 의해 생명력을 얻는 사랑의 공동체를 당신의 이름으로 실현시켜 나가기를 당부하고 계십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닮아 간다고 합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예수님의 말씀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당신의 협조자 성령을 보내주시어 우리에게 당신의 말씀을 언제나 잊지 않고 그 말씀대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뒤에는 예수님의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뒤에 서 있는 부모가 힘이 되는 것처럼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보내주신 성령은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인생과, 사랑하는 가정 안에는 아버지와 예수님이 찾아가시어 머무십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힘이 되어줄 때 힘을 얻고 평화를 얻듯이 사랑하는 모습 속에서 평화를 우리는 누리게 됩니다.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한시라도 같이 있을 수 없듯이 우리가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면 힘과 자신감을 얻듯이 우리도 예수님의 사랑을 살아감으로써 함께 하는 기쁨을 얻어야 하겠습니다.  성령의 힘으로 서로 사랑합시다.  성령의 힘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줍시다.  그리고 하나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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