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예수님께서 새기신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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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2-01-09 ㅣ No.1444

 

 

2002, 1, 10 주님 공현 후 목요일

 

 

루가 4,14-22ㄱ (갈릴래아에서의 활동, 나자렛에서 배척당하시다)

 

예수께서 영의 능력을 지니시고 갈릴래아로 돌아가시니 그분에 관한 소문이 인근 온 지방에 두루 퍼졌다. 그분은 그 여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모든 사람에게 찬양을 받으셨다.

 

예수께서는 당신이 자라난 나자렛으로 가셔서 당신 습관대로 안식일에 회당으로 들어가셨다. 그리고 (성경을) 읽으려고 일어서시었다. 이사야 예언자의 책이 당신에게 건네지자 그분은 그 책을 펴시어 이렇게 적혀 있는 대목을 찾아 (읽으셨다).

 

"주님의 영이 내게 내리셨으니,

 과연 주님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셨도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셨으니,

 이는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포로들에게는 해방을,

 소경들에게는 눈뜰 것을 선포하며

 억눌린 이들을 풀어 보내고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책을 접어서 시중드는 사람에게 돌려 주시고 자리에 앉으셨다. 회당에 모인 모든 사람의 눈이 예수께로 쏠렸다. 그 때 예수께서는 그들을 향해 "이 성경 (말씀)은 오늘 여러분이 듣는 가운데서 이루어졌습니다" 하고 말씀하시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모두 그분에 대해 좋게 말하며 그분의 입에서 나온 은총의 말씀에 놀랐다.

 

 

<묵상>

 

사제품을 받으려는 사람은 서품을 받기 전에 평생 간직할 자신의 성구(보통 ’서품 성구’ 라고 합니다)를 하나 정합니다. 그 말씀이 자신 안에서 살고, 자신 역시 그 말씀을 따라 그 말씀 안에서 살겠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품 성구를 정할 때 많이 기도하고 묵상하며 고민을 하게 됩니다. 대체적으로 서품 성구와 그것을 정한 사람을 놓고 보면, ’그 신부님에게 맞는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 온 것일 겁니다.

 

저의 서품 성구는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라는 요한 1서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겉으로는 제가 선택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리스도인으로서 나’, 사제로서 나’를 부르신 하느님께서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시기 위해 들려주신 것입니다. 제게 주어진 하느님의 사명, 제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제가 되기 전 서품 성구를 정하기 위해 묵상하던 때를 생각하면서, 예수님께서 어떠한 심정으로 이사야 예언서를 읽으셨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선포하신 말씀, 그것은 예수님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들려져야 했던 말씀 이전에, 아들 예수님께 주어진 아버지 하느님의 거룩한 사명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걸어가셔야만 할 주님의 길이었습니다.

 

"주님의 영이 내게 내리셨으니,

 과연 주님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셨도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셨으니,

 이는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포로들에게는 해방을,

 소경들에게는 눈뜰 것을 선포하며

 억눌린 이들을 풀어 보내고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예수님을 바라보는 이들의 환호와 경외심보다, 이 말씀을 당신의 입으로 선포하셔야 했던 예수님의 가슴 벅참과 떨림이 제게는 오히려 더욱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제가 예수님의 입장이 되어봅니다.이 말씀을 선포하면서 앞으로의 삶이 선명하게 지나쳐 갑니다. 하느님께서 맡기신 사명,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 그래도 끝까지 가야할 이 길... 떨리는 마음으로, 벅찬 가슴으로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이렇게 말씀은 제 안으로 들어오십니다. 말씀으로 하느님은 제게 들어오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공생활 처음에 읽으셨던 그 말씀, 아니 당신의 마음 속에 깊이 새겨진 하느님의 사명을 이루시기 위해 한결같이 한 길을 가셨습니다. 부족한 저이지만, 저 역시 제게 주신 주님의 말씀을 따라, 주님의 사명을 수행하며 , 주님의 길을 흐뜨러짐 없이 걸어가려 합니다.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지요.

 

사랑하는 벗님들은 어떠한 말씀을 새기고 사시는지요?

사랑하는 벗님들의 가슴 깊이 들려주신 주님의 말씀은 어떤 것인지요?

사랑하는 벗님들에게 들려주신 말씀을 통해 맡겨진 주님의 사명은 어떤 것인지요?

사랑하는 벗님들은 주님의 사명을 수행하며, 주님의 길을 기쁘고 열심히 걷고 계신지요?

 

* 모든 말씀이 우리의 생명이지만, 그 중에서 특별히 자신의 온 삶을 담아낼 수 있는 말씀 하나를 정해 자신에게 맡겨주신 주님의 사명으로, 자신이 걸어야 할 주님의 길로 삼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벗님들께 감히 제안을 한 번 해 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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