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國民의 檢事 『檢亂의 책임자는 金大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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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2002-04-05 ㅣ No.2290

『信念은 正義가 이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아파트에 있는 沈在淪 前 부산고검장의 집 거실엔, 아직도 부산에서 온 짐들이 박스에 담긴 채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내 눈길이 박스를 따라 돌아다니는 걸 보고 그가 변명처럼 말했다.

 

 

『검사 생활 30년 하면서 발령을 스물여덟 번 받았어요. 그러니 1년에 한 번씩 짐을 싼 셈이지요. 아직도 짐을 다 못 가져와서 창고에 맡기고 온 것도 있습니다』

 

그의 이름 앞에 붙는 관형어는 많기도 하다. 젊은 검사 시절부터 특수 수사로 잔뼈가 굵어온 특별검사, 대한민국의 組織暴力輩 3大 패밀리를 소탕한 배짱 세고 뚝심 센 사나이, 金泳三 대통령 아들을 구속시킨 統制不能의 고집쟁이, 『나를 내쫓으려면 검찰총장 당신부터 나가시오!』 하고 큰소리 친 사람, 이른바 抗命 파동으로 면직된 1호 검사, 대통령의 면직처분을 재판으로 뒤집고 들어온 첫 번째 검사, 그리고 『검찰이 이 지경이 된 건 바로 대통령 당신 책임이오!』 하고 직격탄을 날린 국민의 검사. 어느 것 하나 예사스러운 게 없다. 그러나 이렇게 어마어마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사람은 의외로 선비처럼 端雅(단아)하고 조용했다.

 

작은 안경 너머로 말갛게 들여다보이는 그의 잔잔한 눈웃음을 보면서, 특수수사의 大家한테 인터뷰의 전문가라는 者가 당하지나 않을까 했던 걱정이 스르르 녹아버렸다.

 

 

거실에 놓인 소파를 보니 검은 색 계통의 가죽이 쫙쫙 갈라지고 거죽이 벗겨져 있었다. 내가 본 가죽 소파 중에서 가장 낡은 소파가 이 집에 있었다. 아파트 내부도 한 번도 손을 안 댄 듯했다. 여의도 광장아파트의 원형을 보려면 이 집에 오면 될 것 같았다.

 

그래도 그는 自足하는 듯, 『이만하면 부자가 아니냐』고 했다. 그런 그가 내겐 좀 안돼 보였다. 그래서 내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

 

―바른 생각 가지고 바른 말하는 사람이 잘돼야 하는데….

 

 

그랬더니 그는 얼른 이렇게 받았다.

 

 

 

『理性과 非理性, 合理와 不合理, 正義와 不正義, 이런 것이 이 세상에 반반씩 존재하는 것 같아요. 나쁜 사람이 착한 사람보다 더 잘되는 경우도 있고, 착한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해 죽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러나 信念은 正義가 이깁니다』

 

그는 「信念은 正義가 이깁니다」를 강조했다.

 

 

2년 6개월간의 공백은 있었지만, 1972년부터 30년간 몸담았던 검찰에서 명예퇴직하고 집으로 돌아온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檢亂 책임은 金大中 대통령』

 

 

―퇴임사 중에 「모든 것이 끝을 향해 나아가고 또 끝에 도달하면 새로 시작하는 법입니다」라는 대목이 있는데 무슨 뜻으로 쓰신 겁니까?

 

 

『話頭를 꺼낸 사람이 해석하면 안 되지요』

 

그는 일단 이렇게 대답하고 한참 뜸을 들였다가 계속했다.

 

 

 

『검사들한테 용기를 불어 주기 위해서 한 소립니다. 「정치 검사들도 끝을 향해서 가고 있다. 이 정권이 끝을 향해서 가듯이. 항상 이렇게 잘 나가는 건 아니다. 이 정권이 끝나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서 인적 쇄신을 할 것이다」 이런 얘깁니다』

 

―그런데 오늘(1월28일) 아침 각 신문들이, 崔慶元 법무장관이 검찰의 호남편중 인사를 시정하려다가 느닷없이 철퇴를 맞고 장관자리에서 쫓겨나간 것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걸 보면 고검장께서 그 하기 어려운 바른 말을 했는데도 누구 하나 제대로 듣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정말 쇠귀에 경 읽기(牛耳讀經) 아닌가요.

 

 

『DJ가 눈이 침침하니까 신문도 아예 안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제 퇴임사도 보고가 안 됐을 것 같아요』

 

―아니 金大中 대통령은 신문을 꼭꼭 챙겨 읽기로 유명한 분인데….

 

 

 

『그렇지 않을 겁니다. YS도 말기엔 아예 신문을 안 봤다니까요. 신문·TV 보면 맨날 때리기만 하는데, 그거 챙겨 보겠어요. 전에 賢哲씨 사건 때문에 YS 주치의를 만났는데, 마지막에는 YS가 건강밖에 안 챙겼다고 하더군요. 아침에 TV도 이쁜 아가씨가 나오는 것만 틀어 주고, 기분 나쁘고 불편한 건 안 틀어 주고 그랬다는 겁니다. 이 양반(DJ)한테도 지금 건강이 최고 아닙니까? 그러니까 나쁜 얘기는 안 들어가게 할 겁니다』

 

―신문 제목에 퇴임사가 그렇게 크게 나왔는데요?

 

 

『그러면 밑엣사람들이, 「아 그거 미친놈들이 언론사하고 짜가지고 그러는 겁니다」 이 정도로만 올라갈 것 같아요, 내 생각엔』

 

―지금 정부와 청와대에 신문을 스크랩해서 대통령에게 보여드리는 일을 하며 밥을 먹는 사람들이 수십 명인데, 그럼 그 사람들이 전부 직무유기를 할까요?

 

 

『밑엣사람이야 다 오리겠죠. 발췌하겠죠. 순서를 앞에다 놓겠죠. 그러나 최종적으로 보고하는 사람이 순서를 바꾸거나 빼 버리겠죠』

 

―이번 퇴임사에선 「檢亂의 원인과 배경은 …인사권자인 정부 책임자의 책임문제가 가장 크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하셨던데….

 

 

 

『저는 직설적으로 했죠. 저는 대통령을 두 번이나 擧名했는데, 오히려 신문사에서 못 쓴 거지요. 어떤 신문사에선 가판 제목에선 「대통령 책임」이라고 돼 있었는데 아침에 다른 말로 바뀌어서 기자들끼리 싸움이 벌어졌다고 해요. 이거 보세요. 대통령이라고 딱 했지』

 

그는 퇴임사를 읽어 주며 계속했다.

 

 

 

『「최근 작금의 사태와 관련하여 검찰의 잘못 때문에 정부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인사권자인 정부 최고 책임자의 책임」이라고 했으니 대통령과 그대로 연결되는 거 아닙니까? 金大中 대통령을 그대로 거명한 거 아닙니까? 그런데 强性 신문은 「대통령 책임」이라고 했고, 용기가 없는 신문은 자기들도 알 듯 모를 듯하게 「정부 책임자」 또는 「국정 책임자」라고 한 거지요. 제 문구는 강합니다!』

 

 

『檢察은 정권의 侍女였다. 그러나 지금 깨어나고 있다』

 

 

화제를 검찰로 돌렸다.

 

 

―지금 고검장께선 검찰이 오늘날 이렇게 위기상황을 맞은 건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했지만, 정치권력은 속성상 검찰을 당연히 그렇게 侍女처럼 부리려고 하겠지요. 그렇게 볼 때 권력에 넘어가서 시녀가 되는 검찰한테 더 큰 책임이 있지 않겠어요. 그 점에 대해선 반성 안 하십니까?

 

이 말에 그는 나를 정색을 하며 쳐다봤다.

 

 

 

『아니, 저를 지금 검사로 보고 묻는 겁니까?』

 

우리는 하하 웃었다.

 

 

 

『검찰 잘못은 누누이 얘기를 했지요. 제가 노골적으로 시녀노릇을 해왔다고 퇴임사에서 말했어요. 「시녀노릇을 했다고 말한 사람이 있습니다」가 아니라 직접 「충실한 시녀역할을 수행했다」고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대통령이나 그 위에선 검찰을 그렇게 수족처럼 부려먹고 이제 와서 「너희들 좀 잘하지, 그게 뭐냐! 내가 잘하라고 그랬잖아!」 하면 됩니까? 보세요, 李容湖 게이트의 배후에 대통령 처조카가 있는데, 먼저 나와서 「내가 들어봤더니 절대 그런 일이 없다더라」 그렇게 선언적 규정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거 조사하지 말라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만, 검찰 스스로가 이렇게 정치권력한테 끌려다니지 말자고 일어설 수도 있잖아요. 국민도 말하고, 노조도 말하고, 학생도 말하고, 다 자기 圈域을 지키려고 제 목소리를 내는데 왜 검찰만 못 냅니까?

 

 

『용기 있는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세워놔야지요. 또 사실 그 동안 일선 검사들이 정권이나 그 근처에 있는 정치검사들하고 얼마나 싸웠는지 모를 겁니다. 신문에 안 나니까 몰라서 그렇습니다. 검찰이 지금 깨어나고 있습니다. 보세요, 이제 많이 달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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