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멀리 퍼지는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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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근 [psken] 쪽지 캡슐

2003-04-04 ㅣ No.8816

 

 

+ 우리는 하느님께 바치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고린토 2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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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원정 이라는 정자가 있었다.

 

마음이 청정한 사람이면 누구든 이곳에서 아름다운 향기를

 

대할 수 있다는 말이 전해져 오는 정자였다.

 

어느 날 어진 임금께서 길을 가다가 이 정자에서 쉬게 되었다.

 

이때 미풍에 얹혀 슬쩍 지나가는 향기가 있었다.

 

기가 막힌 향기였다.

 

임금은 수행 신하들을 불러서

 

부근에 피어 있는 여러 꽃을 꺾어 오도록 했다.

 

신하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향기가 좋기로 소문난

 

꽃들을 한가지씩 가지고 왔다.

 

모란, 난초, 양귀비...

 

그러나 임금은 하나하나 코에 대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임금은 궁으로 돌아가서 향감별사를 불렀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향원정이라고 하는 정자에서 일찍이

 

대해 본적이 없는 아름다운 향기를 만났었다.

 

경은 지금 곧 그곳으로 가서 그 향기가

 

어디에 있는 어느 꽃인지 알아오도록 하여라."

 

향감별사는 그날 부로 향원정에 가서 머물렀다.

 

날마다 코를 세우고 임금을 황홀케 했다는 그 향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 향기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간혹 바람결에 묻어오는 향기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은

 

향감별사가 아니더라도 쉽게 알아맞힐 수 있는 향기였다.

 

수선화며 찔레꽃의 향기들...

 

여름철이 지난 뒤 향감별사는 실망하여 일어났다.

 

그러나 얼른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는 시름없이 기둥에 머리를 기대고 서서

 

먼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처마 끝의 풍경처럼 세상만사를 놓아버리고

 

하늘가를 떠가는 흰 구름에 마음을 실었다.

 

그 순간이었다. 코를 스치는 향기가 있었다.

 

향감별사로서는 평생 처음 대해보는 아름다운 향기였다.

 

"아, 이 향기가 임금님을 황홀케 한 향기로구나."

 

향감별사는 서둘러서 바람이 불어오는 서녘을 향해 걸었다.

 

들판을 지나서 산자락을 헤매었다.

 

강나루를 돌아 마을을 뒤졌다.

 

그러나 좀처럼 그 향기를 가진 꽃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 이틀, 사흘째 해가 저문 저녁 때였다.

 

꽃을 찾아내지 못한 향감별사는 힘없이 향원정으로 돌아왔다.

 

굳이 알아내야겠다는 욕심을 포기하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뒷 개울에서 몸을 씻고 정자에 않았다.

 

솔바람이 오소소 지나가자 둥근 달이 떠올랐다.

 

저만큼 떨어져 있는 바위로부터 도란거리는 새소리를 그는 들었다.

 

"저 작은 새는 이 고요한 달밤에 누구와 얘기하고 있는 것일까?"

 

새가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

 

향감별사의 눈에 풀 한 포기가 비쳤다.

 

향감별사가 달빛 속을 걸어 바위 가까이 다가가 보니

 

풀이 좀더 잘 보였다.

 

그런데 서너 갈래의 풀잎 사이로 고개를 숙이고 숨는

 

희미한 점이 있어 그를 안탑깝게 했다.

 

이때였다. 먼 하늘 깊은 곳에 있는 별빛인지,

 

가늘고 맑은 바람이 한줄기 흘러왔다.

 

그러자 보라,

 

풀숲 사이에서 작은 꽃이 갸우뚱 고개를 내밀다가 들킨 향기를.

 

바로 그 황홀한 향기가 아닌가.

 

향감별사는 임금 앞에 돌아가서 아뢰었다.

 

"그 향기는 화관이 크고 아름다운 꽃들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또 멀고 귀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굳세게 살고

 

자기 빛을 잃지 않는

 

작은 풀꽃이 지니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그 향기는 보는 이의 마음이 청정할 때만이

 

제대로 깃들 수 있기 때문에

 

좀처럼 만나기 어렵습니다.

 

< 정채봉님 글>

 

 

향원정 이라는 정자가 있었다.

 

마음이 청정한 사람이면 누구든 이곳에서 아름다운 향기를

 

대할 수 있다는 말이 전해져 오는 정자였다.

 

어느 날 어진 임금께서 길을 가다가 이 정자에서 쉬게 되었다.

 

이때 미풍에 얹혀 슬쩍 지나가는 향기가 있었다.

 

기가 막힌 향기였다.

 

임금은 수행 신하들을 불러서

 

부근에 피어 있는 여러 꽃을 꺾어 오도록 했다.

 

신하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향기가 좋기로 소문난

 

꽃들을 한가지씩 가지고 왔다.

 

모란, 난초, 양귀비...

 

그러나 임금은 하나하나 코에 대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임금은 궁으로 돌아가서 향감별사를 불렀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향원정이라고 하는 정자에서 일찍이

 

대해 본적이 없는 아름다운 향기를 만났었다.

 

경은 지금 곧 그곳으로 가서 그 향기가

 

어디에 있는 어느 꽃인지 알아오도록 하여라."

 

향감별사는 그날 부로 향원정에 가서 머물렀다.

 

날마다 코를 세우고 임금을 황홀케 했다는 그 향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 향기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간혹 바람결에 묻어오는 향기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은

 

향감별사가 아니더라도 쉽게 알아맞힐 수 있는 향기였다.

 

수선화며 찔레꽃의 향기들...

 

여름철이 지난 뒤 향감별사는 실망하여 일어났다.

 

그러나 얼른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는 시름없이 기둥에 머리를 기대고 서서

 

먼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처마 끝의 풍경처럼 세상만사를 놓아버리고

 

하늘가를 떠가는 흰 구름에 마음을 실었다.

 

그 순간이었다. 코를 스치는 향기가 있었다.

 

향감별사로서는 평생 처음 대해보는 아름다운 향기였다.

 

"아, 이 향기가 임금님을 황홀케 한 향기로구나."

 

향감별사는 서둘러서 바람이 불어오는 서녘을 향해 걸었다.

 

들판을 지나서 산자락을 헤매었다.

 

강나루를 돌아 마을을 뒤졌다.

 

그러나 좀처럼 그 향기를 가진 꽃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 이틀, 사흘째 해가 저문 저녁 때였다.

 

꽃을 찾아내지 못한 향감별사는 힘없이 향원정으로 돌아왔다.

 

굳이 알아내야겠다는 욕심을 포기하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뒷 개울에서 몸을 씻고 정자에 않았다.

 

솔바람이 오소소 지나가자 둥근 달이 떠올랐다.

 

저만큼 떨어져 있는 바위로부터 도란거리는 새소리를 그는 들었다.

 

"저 작은 새는 이 고요한 달밤에 누구와 얘기하고 있는 것일까?"

 

새가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

 

향감별사의 눈에 풀 한 포기가 비쳤다.

 

향감별사가 달빛 속을 걸어 바위 가까이 다가가 보니

 

풀이 좀더 잘 보였다.

 

그런데 서너 갈래의 풀잎 사이로 고개를 숙이고 숨는

 

희미한 점이 있어 그를 안탑깝게 했다.

 

이때였다. 먼 하늘 깊은 곳에 있는 별빛인지,

 

가늘고 맑은 바람이 한줄기 흘러왔다.

 

그러자 보라,

 

풀숲 사이에서 작은 꽃이 갸우뚱 고개를 내밀다가 들킨 향기를.

 

바로 그 황홀한 향기가 아닌가.

 

향감별사는 임금 앞에 돌아가서 아뢰었다.

 

"그 향기는 화관이 크고 아름다운 꽃들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또 멀고 귀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굳세게 살고

 

자기 빛을 잃지 않는

 

작은 풀꽃이 지니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그 향기는 보는 이의 마음이 청정할 때만이

 

제대로 깃들 수 있기 때문에

 

좀처럼 만나기 어렵습니다.

 

 

[정채봉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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