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주님 승천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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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5-26 ㅣ No.611

주님 승천 대축일(다해. 2001. 5. 27)

                                                  제1독서 : 사도 1, 1 ∼ 11

                                                  제2독서 : 에페 1, 17 ∼ 23

                                                  복   음 : 루가 24, 46 ∼ 53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 / 사랑한다면 왜 헤어져야 해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 / 하얀 찻잔을 사이에 두고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 / 사랑한다는 말하기도 전에 떠나가면 나는 어떻게 / 홀로 애태웠던 나의 노래가 오늘 이 밤 다시 들릴 듯 한데 / 그 많았던 순간 우리의 얘기 저 하늘에 그대 가슴에 들릴 듯 한데 / 날 사랑한다면 왜 떠나가야 해 / 나에겐 아직도 할말이 많은데 정녕 내곁을 떠나가야 한다면 / 말없이 보내드리겠어요 하지만 나는 믿을 수 없어요 /그대 떠난다는 말이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요" 이 노랫말은 조정열 작사 작곡으로 이정석씨가 노래한 것입니다.

 

  사랑하면 언제나 함께 하고 싶어합니다.  사랑하면 그 사람의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 사람의 손이라도 잡으면 어쩔 줄 몰라합니다.  그래서 더운 여름날에도 추운 겨울날에도 땀띠가 나도록 붙어 다니는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사랑하기에 떠난다고 하는 말은 정말 남의 속도 모르고, 이해도 하기 힘든 말입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은 제 정신 아니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어쩌면 사랑하기에 붙잡아 두려고 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욕심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사랑하기에 모두가 사랑할 수 있고 사랑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나만을 사랑하도록 욕심을 내면 병이 생깁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욕심을 부리는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분을 다른 이들도 함께 사랑한다면 그 것보다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그 사람을 진정으로 믿고 신뢰한다면 그는 사랑하는 사람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그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신뢰는 무거운 짐이 되는 게 아니라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게 합니다.  이는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사랑은 조정하거나 군림하려 들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승천도 이와 같은 것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승천을 하심으로 해서 이 세상의 지도자로 군림하지 않으시고 우리들에게 자유롭게 당신을 따르도록 합니다.  당신 홀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세상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되라고 하십니다.  승천은 떠남입니다.  사랑하기에 떠나는 것입니다.  사랑하기에 떠나는 것이 가능합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네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승천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의 다른 표현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받은 우리는 오늘 복음의 말씀처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회개하면 죄를 용서받는다는 기쁜 소식이 예루살렘에서 비롯하여 모든 민족에게 전파되는 모든 일의 증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성령이 너희에게 오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뿐만 아니라 땅 끝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나의 증인이 될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사도들에게 있어서 그분과 영영 헤어지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제자들은 붙잡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도행전에서는 "그때 흰옷을 입은 사람 둘이 갑자기 그들 앞에 나타나서 '갈릴래아 사람들아! 너희 곁을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시던 그 모양으로 다시 오실 것이다.'" 라고 아주 희망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도들은 "엎드려 예수께 경배하고 기쁨에 넘쳐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날마다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냈다"고 복음은 들려두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는 뜻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예수님과 제자들이 하나가 된 것입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붙잡지 않고 놓아드림으로써 예수님은 어느 곳에나 계시는 분이며, 모든 사람들에게서 그분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주님 승천 대축일을 보내면서 우리는 우리의 욕심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채우기보다는 놓아주고 떠나보냄으로써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게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나만의 하느님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서 그 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모두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사랑하기에 떠나 보낼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그 안에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도록 사랑합시다.  그럴 때 우리는 하나가 될 것입니다.  서로 사랑합시다.  욕심을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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