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마음을 가꾸어 주는 작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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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haein] 쪽지 캡슐

2001-04-27 ㅣ No.5984

 

 

 

     어느 유명한 까페의 창가 테이블에 혼자 앉아서

     외롭게 식사를 하고 있는 중년 부인이 있었다.

 

 

     까페에 손님들은 모두 그녀를 보며

     저렇게 멋진 여자가 왜 혼자 식사를 하고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까페의 다른 한 쪽 테이블에도 역시

     혼자 식사를 하고 있는 멋진 중년 신사가 있었다.

 

 

     중년 신사는 조용히 웨이터를 부르더니 메모한 종이를 건네주었다.

 

 

     메모한 종이를 정중하게 받아본 웨이터는 곧장 혼자서 식사를하고

     있는 창가의 여인에게로 다가가 그녀에게 메모를 전해 주었다.

 

 

     여인은 메모를 받아 보았지만 이내 접어서 탁자 한켠에 밀어 놓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식사를 계속했다.

 

 

     식사를 마친 신사는 혼자 앉아 있는 여인을 잠시 바라보더니

     여인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신사는 여인에게 상체를 굽혀 무엇인가 속삭이더니 옆자리에 앉았다.

 

 

     드디어 여인이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신사는 조용히 일어나 그녀를 따라 나란히 밖으로 나갔다.

 

 

     이제까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한 손님이 웨이터에게

     농담이라도 하듯 넌지시 물었다.

 

 

     "이런 고급 식당에도 저런 일이 있나요?"

 

 

     "아닙니다.손님은 이해하지 못하시겠지만,

     방금 보신 것을 저는 26년째 계속 보고 있습니다."

 

 

     "26년 이라고?"

 

 

     "네, 혼자 앉아서 각자 식사를 하던 두 분 손님은 26년전,

 

 

     방금 보신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처음 저희 식당에서 만났는데

     곧 결혼 하셨어요.

 

 

     그리고 해마다 같은 날이면 두 사람이 만난 이 곳을 찾아와서

     처음 만난 그때처럼 당시의 상황을 재현한답니다."

 

 

     떨리는 가슴과 흥분된 마음으로 정신없이 사랑에 빠지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의지가 있는 일부 사람들의 몫입니다.

 

     

     두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언제나 한결같이 살아가려는 무단한 노력과

     의지를 봅니다.

 

 

     아마도 우리는 주어질때만 기뻐하고 곧 잊어버리는 버릇때문에

     이런 모습이 더욱 존경스럽고 부럽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과 같이 이제와 같이 항상 영원히 아멘"이란

     영광송을 좋아합니다.

     

 

 

     늘 우리들은 처음 마음먹은때와 같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드는가를 잘 알기에 그렇게 살지 않으려 노력하려고 말입니다.

 

 

     변함없는 것이 어찌보면 덧없고 재미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속에는 무한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함을 보게 됩니다.

 

 

 

 

 

     -이도환님의 마음을 가꾸어 주는 작은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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